[광주/전남]‘촛불 참변’ 보듬는 작은손

  • 동아일보

아내와 손자 잃은 고흥 할아버지에 소액기부 이어져

지난달 21일 전남 고흥군 도덕면에서 촛불을 켜놓고 자다 화재로 아내와 손자를 잃은 주모 씨(60)에 대한 따뜻한 소액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전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고흥군은 화재로 얼굴에 화상을 입고 고흥읍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주 씨를 돕기 위한 소액기부가 잇따르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고흥군 도덕면 이웃 주민과 중소기업, 사회단체 등도 모금에 나섰다. 구체적 기부금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전남 장성 백양사는 화재 뒤부터 매주 한 차례씩 7주 동안 주 씨의 아내(58)와 외손자(6)의 명복을 빌고 있다. 백양사에서는 49재가 열린다. 백양사는 입원 중인 주 씨를 돕는 방법을 찾고 정신적 치유 방법도 모색할 계획이다. 희생된 두 사람의 장례비 300여만 원은 도덕면 이웃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고흥군은 주 씨 상태나 가족들의 뜻을 확인해 전문병원 치료나 집짓기 등의 지원을 할 방침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주 씨를 돕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다”며 “각계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시민들의 소액 기부는 줄을 잇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사회단체, 공기업 등에서는 기부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남에는 형편이 어려운 조손가정(조부모와 손자만 사는 가정)이 많다. 전남 조손가정은 3146가구(7573명)이며 이 가운데 1870가구(4917명)는 저소득층이다. 고흥군만 하더라도 조손가정이 228가구(653명)이며 저소득 조손가정은 180가구(525명)나 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이달 초부터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500가구에 난방비 10만 원씩을 긴급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지난달 30일 부시장·부군수 회의를 열고 “고흥 조손가정 화재 참사를 보고 모든 공직자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소외계층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나가야 한다”며 “긴급복지 등을 잘 활용하고 특히 겨울철에 전기가 단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은 내년 3월까지 전기요금을 체납하더라도 전기 공급제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도덕면#소액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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