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서해5도 어업지도선 “헉헉”… 낡고 느려 中어선 못 따라가

  • 동아일보

최근 수년동안 나포 실적 ‘0’

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해역을 맡고 있는 어업지도선인 인천 214호(100t급·1977년 11월 건조)의 선령은 35년이나 된다. 배가 작다보니 승선인원도 적고 속도도 느리다. 이 때문에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우리 어선의 조업권 이탈 경고 등 일반적인 업무 수행도 벅차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 바람에 불법 조업 중국어선 단속은 해양경찰과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1척이 맡고 있다.

27일 옹진군에 따르면 현재 보유한 어업지도선은 총 6척(43∼132t급)이다. 백령도를 비롯해 대청도, 연평도 일대 해역에서 각 2척씩 운용 중이다. 척당 선장을 포함해 6, 7명이 승선하는데 선장과 기관장 등 선박 운항을 맡은 최소 인원을 제외하면 중국어선을 단속할 인력이 없다. 헬멧과 안전조끼 등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꽃게 광어 우럭 등이 많이 잡혀 황금어장에 비유되는 서해 5도 어장은 중국어선들이 마음껏 활개 치고 다니는 어장이 되고 있다.

어업지도선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해경과 함께 단속한다. 해경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항상 바다에 떠 있는 어업지도선이 직접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해야 하는 상황도 많아 대책이 요구된다.

옹진군 관계자는 “어업지도선은 낡은 데다 속도가 보통 12∼13노트밖에 나오지 않아 중국어선을 쫓아가지 못한다”며 “해마다 4억 원의 예산을 어업지도선 수리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어업지도선이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나포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고 경고방송을 해 쫓아내는 일만 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소속 어업지도선은 70여 척으로 대부분 건조한 지 오래됐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수리를 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불법조업 중국어선 100여 척을 직접 나포한 농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은 대부분 500∼1000t급으로 비교된다. 옹진군은 서해 5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어업지도선을 교체해야 한다는 견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백령도#인천 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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