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순화재’ 결론…4년만에 ‘살인사건’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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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폭발로 20대 여성이 숨진 사고가 4년 만에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1일 대전지방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3월 11일 오후 5시 50분께 대덕구 송촌동 한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나 안에 있던 A씨(당시 27세·여)가 숨지고 그의 남편 B씨(당시 28세)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저녁을 하려고 가스레인지를 켰지만 여러 차례 점화해도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당시 욕실에서 반신욕을 하고 있던 B씨는 아내에게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버너를 찾아 켠 순간 가스가 폭발하면서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당시 욕실에 있던 B씨도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대전북부경찰서는 가스레인지의 호스가 분리돼 있었지만 국과수 감정결과 등을 토대로 화재로 인해 빠진 것으로 보고 단순 화재로 결론을 냈다.

국과수 중부분원에서 "폭발의 충격으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던 가스레인지 호스가 빠지면서 가스가 누출돼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했기 때문이었다.

사고 이후 B씨는 A씨 앞으로 가입했던 생명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 원을 수령했다. B씨는 다른 보험사로부터도 보험금 7억 원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경찰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가면서 지급이 유예됐다.

A씨의 아버지는 사위가 딸 앞으로 생명보험을 너무 많이 든 점 등이 이상하다며 진정을 냈고, 2년여 만에 국과수 본원이 재감정에 들어갔다.

국과수 본원은 모의실험과 밸브 이음새에 대한 정밀 분석 등을 통해 밸브가 자연적으로 빠질 수는 없다고 보고, 누군가 고의로 밸브를 제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재감식 결과를 토대로 재수사를 벌여 남편 B씨가 호스를 빼 가스가 새도록 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지난해 1월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B씨는 현재 살인 혐의로 대전지방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지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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