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떠는 동심 “이웃 아저씨 제일 못믿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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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오면 문 꼭꼭 닫고… 학원 갈땐 CCTV 있는 길로만…
■ 초등 5, 6년생 1000명 설문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 ○○시에 사는 아홉 살 초등학교 3학년 오영미(가명·여)입니다. 요즘 저희 엄마는 부쩍 저보고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해요. 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최근 택배기사를 사칭한 어린이 성추행 범죄 사례가 발견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거든요. 실제로 혼자 있을 때 택배 아저씨라며 벨을 누른 사람이 있었어요. 저는 엄마한테 배운 대로 “어른이 없어요”라며 문을 안 열어줬고 아저씨는 그냥 갔어요. 무서웠어요. 나중에 엄마는 깜짝 놀라며 “택배 시킨 거 없는데…”라며 잘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사 온 지 여섯 달 지났지만 아직 알고 지내는 이웃이 없어요. 엄마는 누군가 쫓아오면 무조건 경찰이나 경비원 아저씨에게 가라고 합니다. 신문이나 TV에서 제 또래 친구가 아는 아저씨에게 나쁜 일을 당했다는 소식이 나오면 엄마는 한숨을 쉽니다.

가짜 택배 아저씨가 다녀간 뒤에 엄마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어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대요. 엄마는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정책을 펴는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렇답니다.(오 양의 어머니 이모 씨 사연을 재구성)

고종석 김점덕 사건처럼 이웃 아저씨가 흉악범으로 변해 저지른 범죄가 잇따르면서 친근한 ‘이웃 아저씨, 아줌마’가 아이들에게 가장 못 믿을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전국 초등학생 5, 6학년 1000명에게 ‘우리가 꿈꾸는 세상,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어린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를 꼽는 질문에 ‘범죄 발생’을 1위(30.2%)로 꼽았다. 동심과는 한참 동떨어진 대답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웃(100점 만점에 평균 62점)을 최하위로 뽑았다. 국회의원(64점)보다도 낮은 수치다. 어린이재단 측은 “흉악 범죄가 사회 이슈화되고 주로 가해자가 이웃이나 아는 사람이었다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은 가족(97점)-학교 선생님(86점)-경찰(81점) 순이었다.

마음 놓고 뛰어놀아야 할 곳에서조차 어린이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PC방(36점), 놀이터(45점), 등하굣길(50점)을 가장 불안한 장소로 꼽은 것.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집(92점), 학교(77점), 학원(70점)이었다.

아이들은 선호하는 대통령 항목에서 ‘고민이 있을 때 해결책을 말해주는 대통령’(문제 해결 능력)을 1위(35.9%)로, ‘법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대통령’(청렴·바른생활)을 2위(23.1%)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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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택배기사#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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