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두 창의력 고수가 말했다 ‘다른 것’들을 하나로 연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0일 03시 00분


  

《창조와 융합의 시대. 최근 사회적으로 ‘창의적 융합인재’가 주목받지만 이런 인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하는지,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듣기란 쉽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창의적 융합인재로 꼽히는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만났다. 두 인물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룸에 열린 ‘청심교육포럼 2012’에서 ‘창의 인재, 융합이 답이다’를 주제로 강의한 주인공들이다.》

▼ 홍성욱, 창의적 인재… “새로운 조합 만들어내는 사람” ▼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창의성에 대한 대표적 오해 중 하나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홍성욱 교수는 창의성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새롭게 조합하고 융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능력, 이것이 창의성이다.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답이 찾아지지 않는 유형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존 방식에 다소 엉뚱한 요소를 결합해 해결하는 사람이 창의적 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홍 교수)

○ 뉴턴, 분트, 슈뢰딩거… 세상 바꾼 융합형 인재

홍 교수는 창의적 인재로 과학자 뉴턴을 꼽았다. 뉴턴이 80년간 풀리지 않던 천체운동의 원리를 증명하게 된 비결은 서로 다른 두 ‘점’(분야)을 연결하는 융합에서 나왔다는 것.

“당시 과학자들의 머릿속에는 물질과 운동이라는 개념만 있었지 물질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뉴턴은 ‘힘’의 개념을 새롭게 적용하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홍 교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원동력은 뉴턴이 10년간 심취했던 연금술에서 나왔다. 당시 연금술사들은 과학자들과 달리 세상엔 어떤 ‘힘’들이 가득하다고 생각했는데, 뉴턴은 바로 이 개념을 새롭게 연결했다.

“생리학을 전공했지만 엉뚱하게도 철학과 교수가 되면서 ‘마음의 철학’이라는 주제에 실험과학을 절묘하게 융합해 실험실리학을 창시한 독일의 분트, 양자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동양철학에 심취해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며 유전자 정보의 개념을 만들어낸 슈뢰딩거 등이 모두 시대를 바꾼 융합형 인재입니다.”(홍 교수)

○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홍 교수는 융합을 한마디로 ‘탈경계’로 정의했다 융합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뒤섞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자기가 아는 영역과 모르는 영역을 넘나드는 능력이라는 것.

“융합을 잘하는 사람은 박학다식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의 유연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자신이 전문적으로 잘하는 분야가 있어도 그 외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해야 합니다.”(홍 교수)

그는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 △다른 분야를 이해하며 경계를 넘으려는 태도 △새로운 영역을 자신의 분야에 융합하려는 지적 실험정신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 자신이 잘 모르는 낯선 영역과 소통하는 것이 융합형 인재가 되는 첫걸음입니다.”(홍 교수)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 박웅현, 융합형 인재… “섞고 말고 비빌 줄 아는 사람” ▼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리나라의 대표 ‘광고쟁이’가 말하는 ‘융합형 인재’란 어떤 사람일까. 그는 한마디로 “섞고 말고 비빌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영역의 것들을 ‘섞고’ ‘비비다’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섞고 말고 비비자’는 박 씨가 2008년 만든 한 광고의 배경음악 속 가사의 한 구절이다.

박 씨는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 속 한 구절을 인용했다. ‘지금의 대학은 필요한 재료의 절반만을 사용한 요리법을 고집하고 있다’가 그것. 그는 “문과계열과 이과계열로 이분화된 대학의 구조가 문제”라면서 “이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음식재료의 오직 반만을 사용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과생도 이과계열의 학문을 배우고, 이과생도 문과계열의 학문을 배워서 서로를 종합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런 융합의 과정을 통해야만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의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고,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다’라는 말에 아주 공감합니다.”(박 씨)

○ “지금은 해적의 시대”

박 씨는 “시대별로 각 시대를 이끄는 엔진이 있다”면서 “현재는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이 시대의 엔진이다”고 말했다. 1970, 80년대 이후는 정보기술(IT)이 시대의 엔진이었지만 ‘탈정보화 시대’인 지금은 바로 사람이 가진 것이 현재를 이끄는 힘이라는 것.

스티브 잡스의 말마따나 개인의 능력은 한 시스템을 잘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는 의미다. 박 씨는 해군과 해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해군은 시스템으로 싸우지만 해적은 개인의 능력으로 싸우지요. 이전까지는 해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해적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추진 엔진은 창의성이에요.”(박 씨)

○ 융합형 인재가 되려면 “실패를 인정하라”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씨는 “쉽지 않다”고 했다. 사람은 보통 익숙한 것만 좋아한다는 것. 하지만 박 씨는 “늘 하던 대로 하면서 다른 것을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며 못을 박았다.

결국 융합인재가 되기 위해선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를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융합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 남들이 보지 않던 것을 보는 일이므로 오히려 익숙한 것을 두려워해야 융합인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 씨는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온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그가 회사를 돌연 그만둔 이유 중 하나는 “소파가 너무 편했기 때문”이었다. “3년만 더 앉아있다가는 그대로 빠져버려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엄친아’ ‘대기업’ 등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따라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하지만 나의 기준을 직접 세우고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위험을 무릅쓴다면 물론 다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보지 않은 저 길 너머에는 분명 낭만이 존재할 겁니다.”(박 씨)

글·사진 유수진 기자 ysj93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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