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글 훈련 중 추락…조종사 순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5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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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쇼 전용기 T-50B기종 추락 처음…"불붙은 채 추락"
공군 비행사고대책본부 구성…사고 원인 조사 나서

훈련 중이던 공군의 블랙이글 전투기 1대가 강원 횡성의 한 야산에서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순직했다.

공군 특수비행단인 블랙이글 T-50B 기종의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군은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전투기 잔해 수거와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는 15일 오전 10시28분경 강원 횡성군 횡성읍 내지리 인근 야산 8부 능선에서 발생했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T-50B 블랙이글 전투기 1대는 이날 오전 10시23분 또 다른 블랙이글 전투기 1대와 함께 원주 공군 비행장을 이륙했다.

하지만 이륙 5분 만에 기지에서 9㎞ 떨어진 야산에 추락, 조종사 김모 대위(32)가 순직했다.

김 대위의 시신은 사고 항공기 내에서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으며, 사고 지점 70m 아래쪽에서 나무에 걸려 있는 낙하산이 발견됐다. 공군은 김 대위가 항공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낙하산은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기내에서 튕겨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블랙이글 전투기에는 조종사 김 대위 1명만 탑승하고 있었다.

김 대위는 8개월 된 딸, 부인과 함께 영내에서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추락 사고가 난 곳에서 횡성 읍내까지는 야산을 넘어 직선거리로 불과 3㎞ 정도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여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고 한다.

이날 사고를 목격한 한 주민은 "항공기 2대가 나란히 비행하다가 그 중 1대가 하늘에서 불이 붙은 채 야산으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 씨는 "사고 지점에서 3㎞ 떨어진 횡성 읍내에서도 들릴 정도로 엄청나게 큰 굉음이 들렸다"며 "읍내에서 일을 보다가 굉음이 난 청일면 방면을 바라보니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말했다.

사고 기체는 산산조각이 난 채 완전 파손됐으며, 종잇장처림 찢겨진 항공기 잔해들이 사고 지점 반경 300여m 주변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사고 직후 야산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사고 지점 200~300m 산 아래 부근에는 민가와 펜션 등 20여 가구가 있었으나 민가 피해는 없었다.

주민들은 "전투기가 추락한 야산 너머 직선거리로 불과 3㎞ 떨어진 곳이 횡성 읍내"라며 "조종사가 급박한 상황에서도 민간 피해를 줄이려고 비상 훈련대로 야산으로 추락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가 난 T-50B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에어쇼 전용기이자 T-50의 파생형 기체다. 이 기종의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은 지난 6월 세계 최대의 군사 에어쇼인 영국의 리아트와 와딩턴 에어쇼에서 최우수상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세계의 창공을 비행한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도 위기를 맞게 됐다.

2006년 5월5일 A-37 기종의 블랙이글 항공기 1대가 수원비행장에서 곡예비행 중 추락, 조종사 고 김도현 소령이 순직하는 사고로 블랙이글의 비행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주력기종인 A-37B가 노후화돼 비행을 중단하면서 2007년 10월 서울 에어쇼에서 고별비행을 끝으로 해체됐던 블랙이글은 국산 T-50B로 기종을 바꿔 2010년 10월 비행을 재개했다.

한편 공군과 한국항공우주(KAI)는 이번 사고가 T-50의 해외수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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