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선출직의 중도사퇴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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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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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  부산·경남 지사장
강정훈 부산·경남 지사장
“중도 사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여론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는 5일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설 새누리당 후보로 홍준표 후보(전 당대표)가 뽑힌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그와 경쟁했던 박완수 후보(창원시장)와 이학렬 후보(고성군수)의 패인을 중도 사퇴에서 찾은 것이다.

물론 이번 경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박 후보는 통합 창원시 현안이,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걸림돌이었다. 두 후보는 홍 후보에 비해 선거운동 방식도 점잖은 편이었다. 지역 실정에 어두웠던 홍 후보는 ‘경남도청 마산 이전’이라는 카드로 단숨에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후 선거판도 흔들렸다.

두 후보가 지방의원을 중심으로 참모진을 꾸린 반면 홍 후보는 김정권 전 사무총장, 조진래 전 의원 등을 투입해 ‘당심(黨心)’을 공략했다. 경선투표일 하루 전 하영제 후보(전 농림부 차관)의 전격 사퇴는 돌발변수였다. 그는 “단체장 중도 사퇴로 인한 도미노 선거를 막아야 한다”며 행정고시 동기인 박 후보를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말 바꾸기 달인’이라고 공격했던 홍 후보에게 안겼다. 박, 이 후보는 ‘음흉한 뒷거래’ ‘정치적 야합’이라며 반격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탁월한 행정능력과 성실성으로 ‘글로벌 창원’을 이끌었다고 자부한 박 후보도, 남다른 집념과 혜안으로 ‘공룡의 기적’을 만들었다던 이 후보도 오래전 고향을 떠나 이방인과 다름없는 홍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두 현직 단체장이 도민 전체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겠지만 연쇄 보궐선거 요인은 사라졌다.

대권에 도전한다며 중도 하차했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19대 총선에 나서기 위해 중도 사퇴한 손석형 김국권 윤용근 전 경남도의원은 모두 쓴잔을 마셨다. 2007년 이후 경남에서만 10여 명이 중도 사퇴 후 낙선(낙천)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선출직이 중도 사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률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소용돌이에 묻혀 있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중도 사퇴 가능성이 크다. 비례대표와 지역구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선 출마가 확실한 상태에서 국회의원직을 맡은 것은 정도(正道)로 보기 어렵다. 성실 재임은 유권자와의 천금 같은 약속이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인이 이제 ‘나만은 예외일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정훈 부산·경남 지사장 manman@donga.com
#부산#경남#동서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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