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총회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보건복지부는 12∼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76개국의 정부 대표단과 참관국, 국제기구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5차 총회를 연다고 5일 밝혔다.
당사국총회는 176개 비준국이 협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개선책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다. 2년마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동남아, 유럽, 중동, 서태평양 등 6개 지역을 돌아가며 열린다. 한국은 201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4차 회의에서 총회 유치를 신청했고 벨기에와 경쟁한 끝에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 불법 담배 거래 도마에 올려
이번 총회의 핵심 이슈는 불법 담배 거래다. 전 세계 담배시장에서 불법 거래 비율은 11.6%(2007년 기준)에 이른다. 금액으로만 48조 원이다.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638건(166억 원어치)의 불법 거래가 적발됐다.
당사국총회는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담배 제품의 불법 거래 근절을 위한 의정서(프로토콜)’를 채택할 예정이다. FCTC가 발효된 이후 처음이다.
FCTC에는 이미 담배의 불법 거래를 금지한다는 원칙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과 이행 방법은 정해진 게 없었다. 이 때문에 2008년 이후 FCTC 비준국 간 협상기구를 통해 논의해 왔고, 올 3월 초안을 확정했다.
의정서에는 △각국이 담배 공급망을 감독하고 △불법 거래에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국내법을 마련하며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위법 행위는 각국이 공조해 조치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협약 참여국은 5년 이내에 모든 담뱃갑에 원산지와 판매지 정보를 담은 고유 식별 표시를 해야 한다. 불법 거래의 진원지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 공항서 면세 담배 판매 중지 권고
서울총회에서는 ‘담배 수요 감소를 위한 가격 및 조세정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함께 채택할 계획이다. 총회가 열릴 때마다 협약의 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해 왔다.
가이드라인은 11개의 권고사항으로 구성된다. 국경이나 공항 면세점에서 담배를 면세로 팔지 못하도록 하는 권고안이 특히 눈에 띈다.
의정서와 달리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각국이 반드시 시행할 의무는 없다. 담배 광고 제한이나 니코틴·타르 함량 공개 같은 내용은 가이드라인에 들어간 뒤 일부 국가가 받아들이고 시행한 사례다. 따라서 면세점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는 국가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제적 파장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가이드라인은 이 밖에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담배에 대한 과세율을 정기적으로 조정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는다.
총회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지역별로 차기 당사국총회 의장 6명을 선출한다. 한국이 소속된 서태평양 지역 의장에 문창진 한국건강증진재단 이사장이 출마한다. 의장 임기는 2년이다.
임종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서울 총회 개최는 한국 담배 규제 정책의 이행 수준과 보건정책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걸 보여 준다”라며 “한국이 세계 금연정책을 선도하고 국민에게 금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
담배로 인한 폐해에 국제사회가 공동 대처하기 위해 2003년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협약. 보건 분야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유엔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했다. 올 11월 기준으로 176개국이 비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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