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예산 눈덩이… 낡은 교실-화장실 손도 못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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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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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육청 예산 3.5% 늘렸지만 시설비는 42% 줄여

“학교 벽 곳곳의 칠이 벗겨지는데도 무상급식 때문에 예산이 없다고 해서 페인트칠할 엄두를 내기 힘들다.”

중학교 1학년까지 무상급식 범위를 늘렸던 올해 서울 지역 학교 곳곳에서 흘러나온 하소연이다. 이 같은 불만이 내년에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 부담이 올해보다 커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도 교육시설 관련 예산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올해보다 3.5% 늘어난 7조3689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9일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시설사업비는 3108억 원으로 지난해(5427억 원)보다 42.7%(2319억 원) 줄었다. 이 중에서 학교 신·증설 예산만 2221억 원으로 18.3% 늘었다. 학교시설증개축과 교육환경개선 등 나머지 분야는 모두 70∼80% 줄었다. 급식환경개선 예산은 78.5%가 삭감됐다.

학생의 생활이나 안전과 밀접한 교육환경개선 분야를 구체적으로 보면 △화장실 개선 △냉난방 개선 △창호 교체 △소방시설 개선 △바닥 보수 같은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 밖에 △전기시설 개선 △외벽 보수 △장애인 편의시설 등도 예산이 50%에서 78%까지 줄었다. 방수공사비(142억 원)만 60% 늘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태풍과 폭우 등으로 학교에서 비가 새는 상황이 심각해져 어쩔 수 없이 배정했다”고 밝혔다.

시설사업비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내년에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등 교육복지사업이 대폭 확대되는 데다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누리과정과 학교급식 운영, 교과서 지원, 특성화고 장학금 지원 등 무상교육지원 분야 4개 사업의 예산은 8026억 원으로 올해보다 82.2%(3620억 원) 늘었다.

예를 들어 3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누리과정이 내년에 3∼5세로 확대되며 2573억 원(124.5%) 늘었다. 또 중학교 1학년에 이어 2학년을 무상급식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899억 원이 추가로 책정돼 지난해보다 65.0% 늘었다. 내년도 인건비는 교원 급여 인상(2.8%)과 명예퇴직자 증가로 올해보다 3.7%(1723억 원) 늘었다.

무상교육 지원비의 증가로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하는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저소득층 자녀학비 지원, 교육복지 우선 지원 예산이 각각 27%, 10.1% 삭감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건비와 무상급식, 누리과정 예산이 크게 늘어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시설사업비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정책 사업 지원도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구 A중 교장은 “최근 수년 동안 환경개선 예산이 크게 줄어 창문 교체나 도색이 시급한 공사가 많다. 하지만 배정된 예산이 지난해보다도 적다니 학교가 돈을 아껴서 직접 공사를 하라는 얘기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시#무상급식#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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