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불법어획 기승… 동해 암컷대게 씨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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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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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조직, 새벽에 은밀히 잡아 유통… 적발 어려워
동해안 대게 생산량 2007년 4817t → 작년 1755t

24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지경항에서 단속된 암컷 대게. 트럭에 연중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가 가득 실려 있다. 경북도 제공
24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지경항에서 단속된 암컷 대게. 트럭에 연중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가 가득 실려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 동해안에 암컷 대게(일명 빵게) 불법 어획이 끊이지 않아 대게 씨가 마르고 있다. 경찰 등 관계 기관이 연중 특별단속을 하고 있지만 지역이 넓은 데다 전문 조직이 은밀하게 활동해 적발도 쉽지 않는 실정이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은 암컷 및 몸길이 9cm 이하 어린 대게를 포획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이를 유통시키고 판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24일 포항시 북구 송라면 지경항에서 암컷 대게를 불법 어획해 유통시키려 한 혐의(수산자원보호법 위반)로 이모 씨(45) 등 5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암컷 대게 1만780여 마리를 마대 70여 개에 나눠 담아 냉동 트럭에 싣다가 적발됐다. 조사 결과 이 씨 등은 6t급 어선을 빌려 일반 어업 활동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암컷 대게를 잡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적이 뜸한 새벽에 고무보트로 암컷 대게를 옮겨와 육지로 운반하는 방법을 썼다. 경북도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불법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관계자의 제보가 없다면 적발이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포항해양경찰서는 울진군 울진읍 인근 한 포구에서 암컷 대게 6200여 마리를 차량으로 운반하려던 김모 씨(42) 등 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암컷 대게를 넘겨준 선박을 추적 중이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이 지역에 암컷 대게 보관 창고나 통발 같은 불법 장치를 설치한 대형 어선만 20척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일반 어업활동을 하다가 다음 날 새벽 몰래 암컷 대게를 잡는 방식을 사용한다.

소비자들의 암컷 대게 소비 행태도 불법 어업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수컷보다 쫄깃하고 고소하다’, ‘알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암컷 대게는 전국에서 불법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 대게보다 절반 이상 싼 가격인 마리당 6만∼7만 원에 먹을 수 있어 찾는 사람이 줄지 않고 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 동해어업관리단은 올해 2, 3월에 대구 남구와 수성구에서 암컷 대게 400여 마리를 보관하거나 판매하려던 일반음식점 2곳을 적발했다. 이들은 단골손님 위주로 은밀히 암컷 대게를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해안 주요 특산물 대게 어획량은 2007년 4817t에서 지난해 1755t으로 크게 감소하는 등 매년 줄고 있다. 암컷 대게 불법 어획이 대게 씨를 말리고 있는 것이다. 암컷 대게 한 마리가 품은 알은 5만∼7만 개. 1000마리를 불법 어획했을 경우 5000만 마리 이상의 대게가 사라지는 셈이다. 경북도는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대게 철을 맞아 불법 어획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특별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단속에 앞서 어민 스스로 대게자원을 지켜야 한다는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 감시와 보호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북#대게#불법어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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