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아시아경기 개폐막식 기획사 공모 자격 제한 ‘옥신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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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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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원 이상 행사 수주경험’ 조건에 지역업체들 반발

인천에서 열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폐막식 공연기획사 선정 기준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아경기 폐막식 장면. 동아일보DB
인천에서 열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폐막식 공연기획사 선정 기준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아경기 폐막식 장면. 동아일보DB
2014년 인천에서 열릴 아시아경기대회 개·폐막식을 연출할 공연기획 및 대행업체 선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인천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업체 선정 기준이 너무 높아 사실상 대기업 계열사 정도만 참여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시아경기대회 정도의 행사에 실력이나 자격을 검증할 수 없는 업체까지 모두 참여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공연 기획업체 선정 기준 논란

올여름 런던 올림픽의 개·폐막식은 비틀스, 제임스 본드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를 총동원해 자국의 문화예술 수준을 한껏 과시했다.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 개·폐막식은 런던 올림픽(700억 원)과 비교해도 훨씬 많은 액수인 1000억 원가량을 투입해 세계 스포츠계를 놀라게 했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개·폐막식 예산은 내년 사전대회 성격으로 열리는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개·폐막식(12억 원)을 포함해 316억7000만 원으로 확정됐다. 광저우 대회나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600억 원)에 비해 적지만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의 예산(186억 원)을 훨씬 초과하는 액수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조직위원회’ 박병진 문화홍보본부장은 “국제경기의 개·폐막식은 대회 성패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한 행사”라며 “가장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계인이 놀라는 개·폐막식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AG조직위는 이런 기조에 따라 대행사 공모안을 9일 발표했다. 하지만 선정 기준이 너무 높아 사실상 대기업 계열인 공연기획사 정도가 아니면 참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직위는 ‘최근 3년 이내 30억 원 이상의 단일 문화예술행사를 수주한 경험이 있는 업체’로 자격을 제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업체는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 소속의 공연기획사 10개 정도”라고 지적했다.

○ 억지 논란도 일어

인천지역 문화예술인과 일부 시민단체는 조직위의 업체 선정 기준에 대해 “지역업체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민운동지원기금 박길상 상임이사는 “인천AG 개폐막식 자문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않았다”며 “조직위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연기획사를 선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인천AG조직위를 항의 방문하고 한때 위원장실까지 점거하는 홍역을 치렀다. 결국 조직위는 최근 ‘지역업체가 내실 있게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선에서 공모 기준을 일부 변경했다. AG조직위 관계자는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처음부터 열려 있었지만, 이를 명시해 달라는 시민 의견이 있어 공고안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업체 선정 시 일정 비율 이상 지역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을 의무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법규 위반이라 적용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억5000만 원 이상의 행사 준비를 위해 경쟁 입찰을 할 때 지역업체 할당 비율을 명시하는 것은 국가계약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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