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사장 “쌍용차 해고자 자살을 공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박인배 사장 작품 개입해 내홍… 올해 들어 예술단장 2명 사퇴

올 초 산하 예술단 단장들의 연쇄 사퇴 파문을 겪은 세종문화회관이 이번에는 사장의 서울시극단 작품 개입 문제로 또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사진)이 서울시극단 작품 수정에 관여하면서 특정 성향에 대한 편중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내부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16일 세종문화회관이 서울시의회 김정재 문화체육관광위원장(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서울시극단 9월 정기공연 작품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박 사장은 극단이 정기공연을 위해 제안한 작품에 사례 수정을 요구하면서 “예를 들면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연이은 자살 같은 사례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라고 의견을 냈다. ‘달빛 속으로 가다’란 제목의 이 작품은 1980년대 권위주의 정부 시대의 폭력과 외환위기 등을 둘러싼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박 사장은 극에 등장하는 두 사안의 시대적 연결고리가 약하므로 등장인물들이 경제적 위기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연결하는 한 예로 쌍용차 사례를 제안한 것이다. 서울시극단은 사장의 제안에 반발해 작품 수정을 거부하고 7일 정기공연을 마쳤다.

서울시극단은 당초 정기공연 작품으로 헨리크 입센의 ‘들오리’를 제안했지만 박 사장은 “들오리는 근대사실주의 작품이라 일반 관객에게는 적당하지 않다”며 “한국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창작품을 제출하라”고 지시해 ‘달빛 속으로 가다’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김철리 서울시극단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올 2월, 김효경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올 3월 예술단 공연 문제와 관련해 박 사장과 갈등을 빚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박 사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쌍용차 문제를 언급한 건 극(달빛 속으로 가다)중 등장인물과 연관된 1980년대의 죽음이 요즘 관객들에게 동떨어진 소재로 인식될 수 있어 수정 의견으로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수정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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