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20대 연쇄방화는 화물연대 조직적 범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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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8명 구속 등 22명 입건
“사전실험에서 도피까지 집행부가 치밀하게 개입”

6월 말 울산과 경북 경주 일원에서 발생한 화물차 20대 연쇄방화 사건은 화물연대 차원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으로 밝혀졌다.

울산남부경찰서는 10일 화물차 연쇄방화 사건과 관련해 화물연대 부산지부장 박모 씨(50), 울산지부장 김모 씨(45) 등 8명을 자동차 방화치상 혐의로 구속하는 등 총 22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6월 25일 예정된 화물연대 총파업을 앞둔 6월 16일 부산지부 사무실에서 집행부 회의를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의는 비노조원이나 파업 불참자의 화물차에 방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행부 지시를 받은 전 부산지부 조직부장 이모 씨(38·구속)는 이후 대포차 3대와 대포폰 9대를 구입했으며, 화물연대 울산지부 소속 한모 씨(38·불구속)는 방화에 사용할 시너와 페인트 방진복 등을 구입했다. 방화물품을 받은 울산 울주지회장 양모 씨(45·구속)와 울산지부 조직1부장 신모 씨(32·구속) 등은 범행 직전 시너와 페인트 혼합비율을 조절하며 방화 실험까지 마쳤다.

양 씨 등은 6월 24일 새벽 경북 경주시 외동읍의 공터에 있던 화물차에 불을 지른 것을 시작으로 약 2시간 동안 경주와 울산에서 화물차 20대에 불을 질렀다. 이로 인한 재산피해는 12억4600만 원에 달했다.

화물연대는 관련자들의 도피 과정에도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양 씨 등은 범행 후 부산 기장군 장안산업단지 인근 공터에서 범행에 사용한 대포차의 차량번호와 차대번호를 제거한 뒤 시너와 페인트를 이용해 차량을 소각해 증거를 인멸했다. 화물연대 성우분회장 지모 씨(36·구속)는 양 씨 등을 태우고 도피시키기 위해 처조카 소유의 차를 갖고 와 대기했다. 지 씨는 이들을 집까지 태워줬으며,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양 씨는 화물연대 집행부에 ‘상황 종료’를 보고했다. 양 씨 등은 도피 2개월여 만인 지난달 22일 자수했다.

화물차 연쇄방화가 화물연대 집행부가 개입한 조직적인 범행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5년째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 씨(37)는 “화물차 한 대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운전기사들에게는 화물차가 생명줄과도 같다”며 “그런 화물차를 화물연대 집행부가 파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데 공포감이 든다”고 말했다. 6월 23일 울산의 한 기업체에서 짐을 실은 뒤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끼기 위해 차 안에서 잠을 자다 24일 오전 2시경 ‘화’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B 씨(41)는 “화물연대 비조합원이라고 차 안에 사람이 자고 있는데도 불을 지른 것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경찰은 “양 씨 등은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노조원이나 비노조원들을 협박하기 위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도피 과정에 화물연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만큼 관련자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화물연대#화물차 연쇄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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