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의사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팔에 주사 흔적이 있고 시신 주변에서 주사기와 마약류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약병 등이 놓여 있었다. 검찰은 여의사가 최근 일부 계층의 오남용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프로포폴을 투약하다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17일 새벽 개인 피부과 병원 의사 A 씨(40·여)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졌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외부인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2010년부터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가족 증언과 병원 진단서를 확보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병이 있고 외부 침입이 없던 점으로 볼 때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부검할 필요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검찰에 보고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고흥)는 프로포폴 오남용의 실태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라고 지시했다.
프로포폴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대대적 수사에 나선 이후 국내에서 마약류로 지정됐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제약업체 관계자-간호사-중독자로 연결되는 은밀한 ‘프로포폴 커넥션’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현직 간호사 등이 유흥업소 일대나 오피스텔로 직접 출장을 나가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속칭 ‘주사 아줌마’까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흥주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역삼동 일대 업소 여종업원을 상대로 이 주사만 전문적으로 투약해 주는 전현직 간호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직 유흥업소 종사자로부터 ‘주사 아줌마’에게 주사를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7월 유명 산부인과 의사 김모 씨(45·구속 기소)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던 중 프로포폴을 맞다 숨진 30대 여성의 경우도 광범위한 프로포폴 남용 실태를 보여준다. 의사 김 씨는 검찰에서 “처음 여성과 환자로 만나다 식사도 하면서 가까워졌지만 우유주사(프로포폴)는 그 여성이 먼저 알고 있었고 주사를 놔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프로포폴이 의료진은 물론이고 유흥업소와 일반인들로 광범위하게 번지면서 일시적으로 단속이 강화되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밀수입까지 등장하고 있다. 밀수업자가 중국에서 헐값에 대량으로 구입해 들여온 뒤 간호조무사 등이 확보한 상습 투약자에게 은밀히 판매하는 사실이 검찰에 포착됐다. 김모 씨(47)는 중국 베이징에서 프로포폴 10.1L를 51만 원에 구입해 국내로 밀반입한 후 간호조무사를 통해 주사를 놔 주는 대가로 20mL당 4만 원을 받아 챙기다 2010년 1월 검찰에 적발됐다. 김 씨 등 밀수입업자는 프로포폴 원액을 플라스틱 기름통에 담아 위장한 뒤 항공 화물로 밀반입하고 국내에서 재포장해 변질 위험성도 크다.
프로포폴 밀수와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커짐에 따라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일시적이지만 이후 지속적인 단속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결과적으로 프로포폴 수요가 늘고 거래 가격만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연예인 A 씨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되자 ‘또 다른 연예인 B 씨가 잠적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졌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 관련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연예계나 의료계를 가리지 않고 수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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