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던 아이도 뚝 ‘베이비 스타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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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심마저 흔드는 ‘강남스타일’

아버지가 밥을 주자 울면서 투정하던 아이가(위) 노트북 화면 속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울음을 뚝 그치고 밥을 먹고 있다(아래). 인터넷 캡처
아버지가 밥을 주자 울면서 투정하던 아이가(위) 노트북 화면 속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울음을 뚝 그치고 밥을 먹고 있다(아래). 인터넷 캡처
직장인 김수지 씨(34·여)는 요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여 달라는 26개월짜리 딸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잦다. 처음엔 “강남스타일”을 외치며 춤을 따라하는 모습이 귀여워 가끔씩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다. 하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면 적어도 대여섯 번은 반복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딸 때문에 언젠가부터 아이와 TV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게 된 것. 김 씨는 “우리 애가 유별난 줄 알았는데 추석 때 또래의 조카들을 보니 모두 ‘강남스타일’ 중독이었다”며 “애들이 TV에 싸이가 나오면 아는 체를 하며 춤을 따라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강남스타일’이 동심(童心)까지 휩쓸고 있다. 아이들 울음도 뚝 그치게 한다는 ‘뽀통령’(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와 대통령의 합성어)의 인기에 비견될 정도이다.

최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강남스타일 음악이 나오자 울음을 그치는 외국 아이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조회수 수십만 건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아이가 울며 보채다가 강남스타일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울음을 그치고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흔드는 장면을 담고 있다.

밥투정을 하다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거짓말처럼 밥을 먹기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유튜브에서 인기다.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싸이의 콘서트에서도 아버지의 목말을 타고 공연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것은 특유의 반복적인 흥겨운 리듬과 가사, 재밌는 춤이 계속되는 노래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병철 숭실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는 “아이들이 강남스타일에 빠지는 이유는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사람들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며 “가사의 의미보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흥겨운 리듬을 앞세운 노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자극적인 뮤직비디오 화면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수철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뮤직비디오가 다양한 시청각적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오래 보거나 중독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강남스타일#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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