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중인 날 성폭행…법은 기댈 곳 없다” 60대女 투신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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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여성이 가해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1일 오전 8시경 경기 평택시 팽성읍 모 아파트에 사는 A 씨(61·여)가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려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A4용지 5매 분량의 유서에서 "한 여성의 인격과 미래를 파괴한 가정파괴범이 이에 대한 죗값을 받아야 함에도 법절차는 제가 기댈 곳이 없다"고 썼다. 또 "성폭행을 당한 뒤 정신적 고통으로 약과 주사가 효과가 없었다"며 "흉악범의 인생이 끝날 수 있는 적법한 처벌이 내려지길 하늘에서라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유서 중 3장에는 성폭행 처벌에 대한 불만, 나머지 2장은 딸에게 유언을 남겼다.

A 씨는 8월 12일 오후 평택 모 병원에서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고 입원 중 간호조무사인 B 씨(32)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조사과정에서 B 씨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지만, 거짓말탐지기 결과에서 거짓반응이 나온 점 등을 들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달 13일 B 씨가 주거가 분명하고 직업이 있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온 A 씨는 가족으로는 남편과 시집간 딸이 한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A 씨가 성폭행 사건 이후 몹시 상심하고 괴로워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사건의 영장실질심사 담당 판사는 가해자의 주장만 들었을 뿐 피해자 진술은 청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 사건은 가해자가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도 들어야 하는데 서면 기록만 보고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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