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14일부터 ‘세종시 시대’ 여는데… 세종시에 집 구한건 9명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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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진 6개부서 120명 이사… 나머진 임시거주-서울 출퇴근
입주마을 편의시설도 태부족

국무총리실의 세종시 이전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의 총리실은 화단 정리와 시설시험 가동 등 막바지 점검으로 분주했다. 정문에서 만난 경비책임자 고광길 씨는 “모든 준비는 끝났고 주말 동안 사무실 주인과 책상 집기가 들어오면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총리실의 구내식당은 13일 점심부터 문을 열었다.

하지만 총리실 주변은 아직 허허벌판의 공사판이다. 대전∼조치원의 국도 1호선에서 총리실로 진입하려니 타워크레인이 숲을 이룬 공사판에서 각종 공사 자재가 길을 막아선다. 지난해 말 입주한 인근 첫마을의 주민 권오훈 씨(49·공무원)는 “총리실 이전으로 세종시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정착될 것”이라며 “하지만 공무원들이 입주할 첫마을은 병원과 대형마트, 문화시설이 없어 한동안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와 인근 주민들은 ‘국무총리실 이전,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 140여 개를 총리실 주변과 첫마을, 조치원읍 등에 내걸었다.

총리실은 3개 그룹으로 나눠 이전한다. 먼저 첫 그룹인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세종시지원단 공직복무관리관실 등 6개 부서가 14일 오후 업무를 마친 뒤 이사한다. 이번에 옮기는 직원은 120명, 이삿짐은 5t 트럭 40대 분량이다. 주말에 이삿짐 정리와 사무기기 설치를 마치고 17일 임종룡 총리실장 주재로 입주식을 한 뒤 근무를 시작한다. 유한식 세종시장은 “세종시가 명실공히 행정수도의 역할을 담당할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환영식에 시루떡을 가져가 반가움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11월 말부터 세종시로 이전해 올해 안에 총 12개 중앙 부처 및 소속기관이 세종시로 옮긴다. 2014년까지는 16개 부처와 20개 소속기관의 직원 1만여 명이 세종시 이전을 마무리한다.

이사를 하루 앞둔 직원들은 13일 개인 물품을 정리하며 부산한 모습이었다. 익숙했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떠나 낯선 환경에서 근무해야 하는 불안감과 함께 새로운 환경을 개척한다는 기대감이 엇갈렸다. 세종시에 아파트를 구한 공무원은 이날까지 120명 중 9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인근 대전이나 조치원 등지에서 임시 거주하고 20여 명은 서울에서 출퇴근할 계획이다.

출퇴근할 한 직원은 “하루에 5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내게 됐다”며 답답해했다. 조치원에 숙소를 얻은 과장급 간부는 “앞으로도 업무차 서울에 자주 올라오겠지만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세종시#주민#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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