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합숙에 물건판매까지…강북판 ‘거마대학생’ 다단계 업체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1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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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146명 상대 4억6천만원 챙겨
피의자들 2009년 이전엔 거마지역서 활동

금전적으로 어려운 대학생들을 취업을 시켜준다며 유인해 수억 원을 가로챈 다단계 업자 일당이 서울 강북권에서 처음으로 적발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방 대학생, 휴학생 등을 상대로 취업을 시켜준다고 속여 교육과 집단 합숙을 시키고 물건을 강제로 판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 씨(30)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등은 2009년 7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강동구 천호동에 숙소를, 광진구 능동에 교육장을 차려놓고 취업 알선을 빙자해 모집한 대학생 146명을 합숙시키면서 싼 물품을 비싼 값에 팔아넘겨 약 4억6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방송국 보조요원이나 물놀이장 안전요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을 모았다.

모집된 피해자들은 취업은 되지 않은 채 처음 사나흘 간 다른 친구를 유인하는 방법 등을 하루 19시간 가까이 교육받으면서 합숙 생활을 했다. 이들은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최 씨 등의 감시로 달아나지 못했다.

최 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커피, 오디즙, 치약, 비타민 등 생활용품을 시가보다 10배 이상 비싼 값에 구매하도록 하고는 "새로운 판매원을 데려오면 그들이 물건을 산 금액의 17%를 떼 주겠다" "물건을 많이 사면 조직 내에서 큰돈을 벌 수 있는 상위직급으로 승진시켜 주겠다" 등 유인책을 제시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부모에게 돈을 송금해달라고 하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1000만 원이 넘는 대출을 받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피해자 가운데 실제로 돈을 번 경우는 없었으며, 이들은 최씨 일당으로부터 사들인 상품을 직접 사용한 뒤 돈은 못 벌고 빚만 지게 되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새로운 판매원을 피해자로 끌어들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피해자 신모 씨(21·여)가 감시가 소홀한 심야에 숙소를 탈출,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 씨 등이 학생들을 감시하기도 했지만 피해자들이 스스로 투자한 돈 때문에 쉽사리 조직을 벗어날 마음을 먹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2009년 이전에도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에서 같은 식으로 불법 다단계 판매업을 하다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단속을 피해 강동구와 광진구 일대로 옮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 일부는 부모에게 거짓말로 송금 받은 돈을 갚지 못해 그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며 "이들이 또 다른 다단계 업체로 옮겨갈 수 있어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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