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없고 침대만… 보험사기 ‘모텔형 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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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A 씨는 좀 더 입원을 하고 싶었지만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성치 않은 몸으로 거주지인 대구에서 통원 치료를 받으려고 서울을 오가는 일이 걱정이었던 A 씨는 병원 진료의뢰센터에서 반가운 광고 전단을 발견했다. A 씨가 입원 중인 병원 근처에 숙식을 제공하면서 교통편까지 제공하는 ‘모텔형 병원’이 문을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A 씨가 입원한 모텔형 병원은 일반적인 병원과는 달랐다. 의사가 보이지 않았고 진료도 없었다. 하지만 입원비는 하루 6만 원이나 달라고 했다. 원래 입원하던 병원의 하루 입원비보다 10배 정도 비싼 가격이었다. 입원비가 너무 비싸다고 A 씨가 항의하자 이 병원 사무장은 “입원기간을 실제보다 길게 해서 확인서를 끊어 주겠다”며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서 받으면 오히려 더 이익”이라고 대답했다.

금융감독원은 서울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단속에 나서 서울시내 대형 병원 인근에서 환자를 끌어와 영업하던 모텔형 병원 5곳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2008년 12월부터 모텔형 병원을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 명목 등으로 6억4000만 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로 모텔형 병원 운영자인 송모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송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 150여 명에게 입원기간을 부풀린 입퇴원확인서를 발급해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15억 원을 받도록 도와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 15명과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한 환자 230명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적발된 5곳은 환자 230명을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20억 원의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했다. 또 환자 230명에게 실제보다 긴 입퇴원확인서를 발급해 이들이 보험회사들로부터 보험금 30억 원을 받도록 도와준 혐의도 받고 있다.

모텔형 병원을 만든 이들은 병원 사무장 출신이거나 간호사 부인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 달에 500만∼600만 원을 주는 대가로 치매나 정신분열증 같은 지병이 있는 70, 80대 의사들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열었다. 이들은 거주지인 지방에서 치료를 받으러 서울의 대형 병원을 오가는 환자들에게 접근했다. 치료를 더 받아야 하지만 병실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퇴원한 지방 출신 환자들은 숙식과 교통편을 제공한다는 말에 넘어가 모텔형 병원에 입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울시내 대형 병원 인근에 이러한 병원들이 난립한다는 소문이 있어 앞으로도 계속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모텔형 병원#보험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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