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을 막지 못하는 방탄복, 잘 보이지 않는 야간투시경, 전자파 공격에 무방비인 포격용 장비….
전시에 장병들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군수품의 조달 및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4일 공개한 ‘비(非)무기 군수품 조달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군은 방탄복의 성능 검사를 하지 않는 데다 유효기간과 성능 유지에 관한 규정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감사원이 방탄복 14벌을 수거해 성능실험을 한 결과 2008년 제작된 방탄복 1벌은 AK-47 소총에 완전히 관통됐다.
방위사업청은 2006∼2015년 2500억 원을 투입해 야간투시경을 구매하면서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고 납품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육군 A사단에 납품된 야간투시경 176대를 검사한 결과 26대(14.8%)는 규정 이상의 흑점(黑點)과 긁힘이 발견됐고, 14대에는 중고부품이 장착돼 있었다.
또 군은 포격 지휘차량용 셸터(전자기파로부터 전자장비를 보호하는 차폐물)의 전자파 차폐율을 너무 낮게 규정하거나 아예 규정하지 않은 채 최근 3년간 108대(33억 원 상당)를 납품받아 보급했다.
군은 2009년부터 내식성을 강화한 신형 반합 개발을 추진하면서 업체의 요구대로 시험기준을 낮춰줘 ‘반합의 알루미늄이 장병의 인체에 흡수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울러 방위사업청은 군용 유류의 단가를 잘못 계산해 2007∼2011년 정유업체에 총 823억 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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