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치야, 해파리를 부탁해

  • Array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전국 곳곳의 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바닷물에 들어가기를 꺼리고 있다. 영화 ‘조스’에서 상어에 대한 공포로 해수욕장 바닷물에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해파리 공격으로 국내에서 처음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해파리 피해가 급증한 데 따른 현상이다. 해파리의 급증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쥐포로 익숙한 쥐치(사진)를 비롯한 해파리 포식자가 급감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족 자원 남획이 해파리 대량 출현이라는 재앙을 부른 셈이다.

○ 해파리로 먹이사슬 끊기나

해양 학자들은 무분별한 어족자원 남획으로 ‘식물성 플랑크톤→동물성 플랑크톤→치어→성어→사람’의 먹이사슬 구조가 깨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천적이 사라지면서 해파리는 포식자의 지위만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쥐치 등의 치어들은 해파리 새끼(폴립)와 동물성 플랑크톤을 놓고 먹이 경쟁을 벌인다. 해파리와 치어 새끼들이 먹이경쟁을 하다 해파리 새끼들이 도태된다. 쥐치 고등어 연어 병어는 활동범위를 벗어나 해파리를 일부러 사냥하지는 않지만 먹을 게 없으면 해파리를 쪼아 먹는다. 결국 경쟁자나 포식자가 사라진 바다에 해파리만 대량 번식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대책반 윤원득 박사(48)는 “우리 연안의 해파리 가운데 90%가량이 경쟁자나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은 채 수명을 다 누릴 정도로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적이 없는 해파리는 수온 상승과 해양오염을 틈타 더 늘어나고 있지만 인위적 제거 작업 이외에 해파리를 퇴치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이혜은 연구사는 “생태계가 균형을 잡도록 쥐치 등 사라져가는 어족 자원을 보호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해수욕장은 해파리 공포에 썰렁


13일 오후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피서객으로 붐벼야 하지만 해파리 공포로 해수욕장은 썰렁했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비가 내린 이날 오전 바닷물에 들어간 피서객은 50명에 불과했다. 오후 들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바닷물에 들어간 사람이 700여 명으로 늘었으나 ‘살인 해파리’가 확인되기 전인 10일 1만5000명의 5%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도 해파리의 습격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부산에서는 해파리 공격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김모 씨(50·여·서울 영등포구)와 신모 씨(20·여) 등 20여 명이 해파리에 쏘여 치료를 받았다. 이날 해운대해수욕장에는 평소보다 훨씬 적은 1만여 명만이 피서를 즐겨 썰렁한 분위기였다.

인천 중구는 해파리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을왕리해수욕장 등 관내 해수욕장에 해파리 주의 입간판을 세우기로 했다. 또 해파리가 해수욕장으로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펜스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쥐치#해파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