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도 적자노선, 민간에 운영권 넘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국토부, 코레일에 노선반납 통보… 경쟁체제 도입

국토해양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적자 철도노선 운영권을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코레일과 정치권이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코레일 철도 노선 가운데 고속철도(KTX) 경부선과 일반철도 경인선을 제외한 주요 철도노선 대부분이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 적자 노선 운영 민간이 맡는다

24일 관련 부처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코레일에 공문을 보내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 코레일이 적자를 내고 있는 철도 노선 중 민간에 운영권을 맡길 노선을 선정해 제출해 달라’고 통보했다. 적자 노선 운영권이 민간기업에 넘어가면 역과 선로 등 기반시설물은 정부(철도시설공단)가 관리하고, 노선에 투입될 열차 수와 요금 산정 및 객차 유지 관리 등을 민간이 책임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당국자는 “현재 국고 지원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는 공공서비스의무(PSO) 8개 노선을 포함해 코레일이 적자를 이유로 운영권을 반납하는 모든 철도 노선이 민영화 대상”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KTX 경부선과 일반철도 경인선을 제외하면 모든 철도 노선이 적게는 40억 원에서 많게는 30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2825억 원 등 매년 3000억 원가량을 PSO 8개 노선에 지원하고 있다.

또 국토부 당국자는 “2005년 5조8000억 원이던 코레일 부채가 지난해 10조8000억 원까지 늘었고, 정부가 떠안아야 할 부담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 셈”이라며 “적자 철도노선을 민간에 맡길 때 가장 낮은 운영비용을 제시한 업체에 운영권을 맡기는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해 정부 부담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국토부가 제시한 답변시한(지난달 29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은 공적인 책임을 맡는 ‘공사’로서 수익성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며 “적자 철도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등과 시간을 두고 논의한 뒤에 최종 방침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KTX 경쟁체제 도입 위한 압박용 카드?

국토부가 적자 철도노선 운영권의 민간 위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코레일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초 수서발(發) KTX의 운영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는 이른바 ‘KTX 경쟁체제 도입’ 방침에 대해 코레일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을 등에 업고 “적자 철도 노선은 내버려둔 채 알짜만 민영화한다”며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적자 노선의 운영권부터 민간에 위탁한다면 반대론의 명분이 크게 약해진다.

국토부가 24일 수서발 KTX 경쟁 체제 도입 조기 추진 방침을 꺼낸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날 구본환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사업자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 초에 선정하더라도 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사업제안서(RFP)는 연내 확정하고 참여 대상 업체에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8일 김한영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이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추진 동력을 잃은 만큼 보류한다”고 밝힌 것을 뒤집는 발언이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 효과를 보여주기에 적자 철도 노선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적자 철도 노선 운영권 민간 위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토부 당국자는 “PSO 지원이 들어가는 벽지 노선 가운데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10여 명씩 근무하고 있는 역이 있어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힌다”며 “민간기업이 이런 지역을 맡아 운영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임 인상’ 논란에서 보듯 추후 계약 내용을 놓고 민간사업자와 사사건건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민간사업자를 허용할 때 외국계 자본의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다는 점도 선결해야 할 과제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토해양부#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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