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입학시켜주겠다” 학부모에 1억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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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출신 대학생 구속… 교수 ‘섹스 동영상’ 협박도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다 지난해 4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박모 씨(32)는 새 삶을 살아 보려고 한 지방대에 뒤늦게 입학했다. 박 씨는 학점 교류 프로그램으로 경기 용인시에 있는 K대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됐다. 하지만 박 씨는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공부할 기회보다는 돈 벌 기회를 찾았다.

사채놀이를 했던 박 씨는 이 대학 이모 교수와 금전관계를 계기로 친분을 쌓아나갔다. 이후 이들은 입시 로비를 미끼로 학부모로부터 돈을 뜯어내기로 하고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무용학과 입학을 원하는 재수생 딸이 있는 장모 씨에게 접근했다. “이분이 K대학교 재단 이사장을 모시는 고위 직원입니다. 무용 쪽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죠.” 이 교수는 박 씨를 그렇게 소개했다. 학부모를 속인 이들은 “심사위원에게 로비할 돈이 필요하다”며 1억 원을 받아냈다.

이제 로비에 나설 차례였다. 박 씨는 이 교수의 인맥을 이용해 해당 학과 B 교수를 소개받아 밥과 술을 대접했다. 로비가 성공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B 교수를 유흥주점 여종업원과 함께 호텔로 들어가게 한 뒤 B 씨가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는 모습 등을 몰래 촬영했다.

술 몇 번으로 로비가 통할 리 없었다. 학부모 장 씨는 딸이 입시에서 낙방하자 이들에게 “돈을 다시 돌려 달라”고 했다. 그러자 박 씨는 B 교수를 찾아가 책상에 동영상이 담긴 CD를 던지며 “학교 홈페이지에 영상을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면서 동영상 값으로 2억 원을 불렀다. 그러나 B 교수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고기영)는 사기와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교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학부모#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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