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받아주고 5억 꿀꺽 ‘청부수사 투캅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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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받고 진정사건 개입… “빨리 안갚으면 구속” 협박
2억 주식 18억에 인수강요… 내부정보로 8700만원 차익도
檢, 현직 경위 2명 구속기소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씨(44)는 2009년 4월 평소 알고 지내던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김모 경위(43)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했다. 정보기술(IT)업체 대표인 조모 씨에게 빌려준 35억 원을 받아달라고 한 것. 이 씨는 김 경위에게 대가로 5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말에 솔깃해진 김 경위는 곧바로 함께 근무했던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이모 경위(42)를 끌어들였다.

이 경위는 이 씨의 진정서를 근거로 이틀 만에 조 씨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관련자 조사 등 대부분의 수사도 2주 만에 끝냈다. 이 경위는 또 조 씨를 불러 이 씨에게 돈을 갚을 것을 종용했다. 김 경위도 조 씨를 구속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이 경위는 조 씨와 채권관계에 있는 미국 금융회사 한국 대표인 염모 씨도 공범으로 조사하는 등 조 씨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조 씨는 이 씨에게 35억 원을 지급한다는 확인서를 쓰고 나서야 이들의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건이 해결되자 김 경위는 이 씨에게서 5억 원을 대가로 받았다. 이 가운데 1000만 원만 이 경위에게 건넸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 차맹기)는 8일 김 경위와 이 경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경위에게 청탁을 하고 돈을 건넨 사업가 이 씨도 회사자금 100억 원 상당을 횡령, 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9년 9월 김 경위는 2억 원에 구입한 비상장 주식을 이 씨에게 18억 원에 인수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수차례 사기죄로 고소됐다가 김 경위의 도움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이 씨는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김 경위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이 씨는 15억 원에 주식을 인수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7억 원을 김 경위에게 줬다. 김 경위는 2억 원에 구입한 주식으로 5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이 경위 역시 김 경위 못지않았다. 이 경위는 2010년 6월경 또 다른 사업가 이모 씨로부터 그가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사인 I사가 대기업 자회사를 인수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듣고 이 회사의 주식을 매매해 모두 8700만 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2011년 4월 당시 우제창 국회의원의 보좌관 홍모 씨에게 김학규 용인시장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수사서류를 넘겨준 혐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면서 현직 경찰의 소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며 “영화 ‘투캅스’에서 봤던 백화점식 경찰 비리가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수원=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채널A 영상] 단독/“2주전에도 ‘상납 경찰’ 덕에 성매매 단속 피했다”


#청부수사#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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