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건축허가 안 내준 지자체장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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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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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고유업무에 이례적 조치

검찰이 ‘중소상인 보호’를 내세워 대형 할인매장 건축 허가를 1년간 내주지 않은 현직 구청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자치단체장이 고유 업무(건축허가)와 관련해 기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울산지검은 유통단지에 입점할 예정인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COSTCO)의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과 관련해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49·사진)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코스트코 건축을 추진하는 진장유통단지사업협동조합(유통조합)이 건축허가를 반려한 윤 구청장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9일 윤 구청장을 피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통합진보당 소속인 윤 구청장은 지난해 5월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가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는데도 다음 달 불허가 처분을 했다. 윤 구청장은 또 지난해 8월 행정심판위원회가 ‘건축허가 의무를 이행하라’고 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구청장은 “울산의 대형마트 14개 가운데 북구에만 4개가 있다”며 “북구 인구(20여만 명)를 감안하면 포화상태”라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이에 유통조합 측은 “코스트코 입점 예정지는 이미 도시계획상 ‘유통단지’로 고시된 지역”이라며 “코스트코가 입점하면 소비자들이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고용도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북구가 계속 건축허가를 반려하자 유통조합 측은 결국 행정심판위원회에 직접처분(행정심판위가 직접 행정처분으로 허가하는 행위)을 통해 건축허가를 받아 지난해 8월 30일 착공했다. 북구가 허가신청(2010년 8월)을 한 지 1년 만이었다. 유통조합 측은 형사고소와는 별도로 “합법적인 건축허가를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며 북구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법원에 제기해놓고 있다. 그러나 지역 중소상인들은 울산시 행정심판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울산 북구 진장동 유통단지 내 3만198.6m²(약 9100평)에 올 9월 완공할 예정으로 지상 4층 규모의 매장을 짓고 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현행 행정심판법에는 행정기관이 행정심판위의 결정 처분을 명시한 기간 내에 이행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윤 구청장이 이 조항을 위반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구청장은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치단체장은 법적 잣대로만 행정을 펼 수 없고 정부 정책 방향 중 하나인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건축허가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울산 북구청장#코스트코#코스트코 불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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