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인문-공학 KCI 논문 인용 倍이상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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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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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2008∼2009년 등재 논문 분석

부산대 이수상 교수는 2008년부터 전공인 문헌정보학의 전통적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다문화, 정보생태계, 네트워크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 그해 내놓은 논문은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사회연결망 △정보생태계 관점에서 본 도서관 2.0서비스의 연구.

두 논문은 2008∼2009년 국내에서 나온 논문 가운데 인용된 횟수가 각각 6회로 3위였다. 그는 “사회 변화를 포착한 덕분에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많이 참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학자의 연구 결과를 다른 학자가 인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2008∼2009년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논문 17만4470건을 분석한 논문인용지수(IF·Impact Factor)를 14일 내놓았다. 2006∼2007년에 발표된 논문 5만6030건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 처음으로 KCI 인용지수를 공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 인용지수 공개하면서 질적으로 성장

KCI 분석 결과를 2006∼2007년과 2008∼2009년으로 나눠 비교하면 국내 논문을 인용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학문 분야를 8개로 나눠 다른 논문에 인용된 정도를 파악한 결과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분야 학술지의 논문 인용이 2배로 늘었다. 의약학 분야는 4배나 됐다.

다른 논문에 한 번도 인용되지 않은 논문도 상당히 줄었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분야의 경우 이런 논문의 비율이 2006∼2007년에 전체의 73∼87%였지만 2년 뒤에는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특히 이공계는 미국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이라는 강력한 평가 지표 때문에 외국 논문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한데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예를 들어 한국광학회와 한국물리학회가 발간하는 SCI급 학술지는 KCI 인용지수가 대표적 국제 기준인 JCR(톰슨로이터사의 데이터베이스) 인용지수보다 높았다.

KCI 인용지수의 공개가 거듭될수록 이런 변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논문의 양만 많으면 연구를 잘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논문의 질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사회학)가 2008년 발표한 논문(탈식민주의 페미니스트 읽기: 기지촌, 성매매 여성과 성별화된 민족주의 재현의 정치학)은 다양한 분야에 6번 인용됐다. 이 교수는 “여성학 논문은 많이 인용되는 분야가 아닌데도 내가 다루는 주제와 관점이 독특해서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 연구 지원에 중요 기준으로 활용

대학들은 학술지 등재 제도가 2014년부터 없어짐에 따라 KCI 지수를 교수 평가 및 임용에 적극 활용하려 한다.

지금까지는 등재지에 게재한 논문 건수로 교수 업적을 평가했다. 앞으로 등재지 제도가 사라지면 논문의 수준을 검증할 다른 방법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할 만한 게 사실상 KCI 지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대의 일부 단과대는 지난해부터 연구업적 자료를 낼 때 KCI 지수를 요구한다. 성균관대는 연구업적 평가에 활용하는 학술지를 등급별로 나눌 때 참고한다. 중앙대는 KCI 지수에 따라 등재지를 두 등급으로 구분했는데 등재지 제도가 없어져도 KCI 지수를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우수논문 포상 기준에 ‘KCI 상위 학술잡지 수록 논문 발표자’를 포함시켰다. 논문 초록 및 인용 횟수와 관련해 세계 최대의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푸스(Scopus)는 등재를 신청한 한국 학술지를 심사하면서 KCI를 활용할 예정이다.

::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

국내 학술지 및 게재 논문의 학술 정보와 인용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정보 서비스. 한국연구재단이 인정한 등재지 및 등재후보지가 대상이다. KCI 인용지수(IF)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인용 횟수를 논문 수로 나눈 수치다. A학술지에 실린 논문 10편이 다른 논문에서 5번 인용됐다면 A학술지의 IF는 0.5.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학술지 발전 갈길 먼데… 지원 끊으면 어쩌나” ▼

교육과학기술부는 14일 ‘학술지 지원제도 개선 방안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교수 평가나 정부 예산에서 논문의 양적 기준 대신 질적 기준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학술지 지원제도 개선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교과부는 국내 학술지의 수준을 높이겠다며 학술지 지원제도 개선안을 짜고 있다. 2014년까지 학술지 등재 제도를 폐지하고, 학술지 지원 대상을 학계가 자율적으로 선정토록 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을 통해 국내 학술지와 논문이 도약의 전기를 맞은 시점에서 이런 개선안은 사실상 지원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우려한다.

현행 학술지 등재 제도는 한국연구재단이 일정 기준 이상의 학술지를 등재지 또는 등재후보지로 선정해 관리하는 방식. 교과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학술지 4900개 가운데 2000여 개가 등재지 또는 등재후보지여서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준 높은 소수 학술지를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현행 956개 과제에 연평균 330만 원을 지원하는 데서 최상급 20개 과제에 연평균 1억5000만 원(최대 5년까지)을 몰아주는 식으로 바꾸기 위해 연차별 계획을 만들고 있다.

학계에서는 국내에서 나오는 논문과 학술지의 데이터베이스가 선진국보다 체계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당분간 소수를 위한 질 관리보다 다수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수천 개의 학술지 가운데 학계가 자율적으로 지원 대상 20개를 선정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KCI#한국학술재단#논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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