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公, 하이패스 위치정보 가공한 교통정보 등 판매해 한해 20억 수익… 경찰 “위법성 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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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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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만 명 위치정보 무단 수집가공해 포털-통신업자에 제공”
도공 “개인정보 아닌 단말기 번호”…“동의 없이 수집한 정보는 61만 명 뿐”

한국도로공사가 하이패스 단말기를 통해 개인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위치정보를 교통정보로 가공해 포털 사이트 등에 판매해 매년 20억 안팎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본격 수사에 앞서 이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5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2009년 초부터 전국 고속도로변에 교통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 노변 기지국(RSE) 600여 개를 설치하고 하이패스 단말기를 장착한 차량의 구간별 통과시간 등 차량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하이패스 단말기 중 교통정보 수집이 가능한 RF(라디오 주파수)형 단말기 가입 차량은 5월 현재 403만 대로 국내 등록 차량(2011년 12월 기준 약 1843만여 대)의 5분의 1에 달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5대 중 1대는 구간별 운행 속도, 이동 경로 등이 도로공사의 교통정보 시스템에 의해 수집되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수사가 개시되면 도로공사가 일반적인 교통정보 제공 목적을 넘어 이용자의 인적 정보를 수집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도로공사는 2008년 하이패스 이용 약관을 변경하며 공사가 단말기를 이용해 교통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음을 고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공사가 ‘광의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한 시점은 2010년”이라며 이전에 서비스에 가입한 270만 명으로부터는 ‘위치정보 제공’과 관련한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사 측은 “사전 동의를 얻지 못한 건 2008년 5월 이전 RF형 하이패스에 가입한 61만 명 뿐”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논란이 됐던 미국 애플사 ‘아이폰’의 사례처럼 도로공사가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무단으로 개인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위법성을 검토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전국 고속도로 요금소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노면에 장착한 차랑 검지기(VDS), 하이패스 정보를 수집하는 RSE에서 얻은 교통정보를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와 통신사업자, 내비게이션 업체 등에 판매해 2011년 기준으로 20억 원 상당의 수익을 거둔 사실도 확인됐다. 이용자들이 고속도로 요금 결제 편의를 위해 구입한 하이패스 단말기가 공사의 교통정보 수익사업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사 관계자는 “CCTV나 검지기 설비에 비해 하이패스 기지국 설치비용이 대당 1000만 원 수준으로 저렴하고 정보 질도 높아 설치가 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교통정보 수익사업 매출 중 하이패스를 통해 얻은 정보의 비율은 크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채널A 영상] 도로공사, ‘하이패스 위치정보’ 팔아 20억 수익

수집된 교통정보에 차량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되는지를 놓고는 도로공사 측과 경찰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기지국을 통해 수집하는 정보는 ‘하이패스 단말기의 제조번호’로 해당 차량의 개인정보와는 관련이 없고 철저한 암호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별 차량의 위치정보를 식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하이패스 단말기는 특정 차량 소유주의 개인정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제조번호를 통해 개인 위치정보를 충분히 식별할 수 있다”며 “효율적 요금 징수를 목적으로 판매한 단말기를 통해 고객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로공사가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교통정보를 판매하며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위치정보 사업자’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위치정보 사업자’로서의 준수사항 위반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도로공사의 상위기관인 국토해양부가 고속도로 요금 징수와 관련이 없는 국도상에서도 하이패스 단말기를 활용한 교통정보 수집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하이패스 단말기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도로공사의 정보 수집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3년째 하이패스를 이용했다는 회사원 이모 씨(32)는 “톨게이트 통과 시간을 아끼려고 하이패스 단말기를 구입했는데 위치정보가 수집되고 있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며 “찜찜해서 최근에는 하이패스를 일부러 끄고 다닐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도로공사#하이패스#개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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