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37)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과 관련해 아파트 원주인인 경연희 씨(43·여)를 28, 29일 이틀에 걸쳐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연 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 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 사건의 열쇠로 꼽힌 경 씨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서 정연 씨도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인 경 씨는 정연 씨에게 미국 맨해튼 허드슨 강변에 있는 ‘허드슨클럽’ 아파트를 판 인물로 정연 씨가 환치기 방식으로 밀반출한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 씨는 이틀간 조사를 받으면서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 씨는 이르면 30일 다시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경 씨와 가깝게 지냈다는 미국 카지노 매니저 이달호 씨는 올 2월 거액이 담긴 돈 상자 사진을 공개하며 “정연 씨가 경 씨에게 보낸 돈”이라고 폭로했다. 이 씨는 “2009년 1월쯤 경 씨가 카지노 객실에서 휴대전화로 정연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면서 “‘정연아, 돈이 급하게 됐다’고 하니까 저쪽에서 ‘알았다’라고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13억 원이 정연 씨가 매입한 미국 허드슨클럽 아파트 잔금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경 씨가 평소 ‘허드슨클럽 아파트가 170만 달러짜리인데, 240만 달러에 팔아 많이 남겼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 수사 당시 검찰 수사팀은 아파트 구입 자금 140만 달러를 건넨 것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아파트 구입대금은 240만 달러. 박 회장이 건넨 자금을 제외한 100만 달러(약 13억 원)가 추가로 건네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올 2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던 박 전 회장을 극비리에 방문 조사해 “문제의 13억 원은 내 돈이 아니다. 이 돈을 전달할 당시 나는 구속수감돼 있어서 이 내용을 전혀 모른다”는 내용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구입 의혹과 관련해 “정연 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경연희 씨와 친분이 있던 이달호 씨가 “경 씨의 부탁을 받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13억 원이 든 상자 7개를 받아 4개를 전달하고 보관 중이던 3개의 상자를 찍은 사진”이라며 공개한 돈 상자의 모습. 동아일보DB박 회장이 이 돈의 출처가 자신이 아니라고 진술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이 미리 마련해둔 자금인지, 박 전 회장 외에 또 다른 후원자가 있었는지, 돈을 가져온 사람이 노 전 대통령 측 자금관리인인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로서는 13억 원 돈 상자 전달 의혹에 대해 수사할 뿐 2009년 검찰이 수사한 노 전 대통령 비리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 ‘선글라스남’이 누구인지도
13억 원의 출처를 밝혀줄 인물은 또 있다. 이 씨는 “경 씨가 ‘과천역에 가면 누군가 돈을 건네줄 것’이라고 해 한국에 있던 동생을 보냈다”며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50, 60대 남성을 만나 인근의 비닐하우스 주변 길가에서 현금 1만 원짜리로 13억 원이 담긴 상자 7개를 건네받은 뒤 경 씨의 지시로 수입차 판매상인 은모 씨에게 2차례로 나눠 6억5000만 원씩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 씨를 상대로 선글라스남의 정체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이 씨 형제를 불러 돈 전달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은 씨를 전격 체포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바 있다. 검찰은 은 씨를 상대로 누구의 부탁을 받고 미국에 돈을 송금했으며, 이 돈의 출처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머무르던 경 씨는 27일 입국했다. 검찰은 미국시민권자인 경 씨를 조사하기 위해 대기업 최고경영자였던 아버지(73)의 도움까지 구하는 등 여러 차례 입국을 요청해왔다. 경 씨는 자료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귀국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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