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판사 “시각장애보다 판사라서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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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 판사 인터뷰

“시각장애자라서가 아니라 무거운 권력을 행사하는 판사라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11일 서울 도봉구 도봉동 북부지방법원 법정동 8층 회의실에 오른손에 지팡이를 쥔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 최영 판사(32·사법연수원 41기)가 동료 판사의 도움을 받아 들어섰다. 그는 재판정에 들어설 때의 긴장된 표정과 달리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2월 27일 첫 출근을 한 뒤 두 달 남짓 지났지만 무궁화가 그려진 판사용 회색넥타이가 잘 어울렸다. 최 판사는 “재판정에 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은 극복하고 있다”면서도 “법관이라는 지위의 무게감과 책임감 때문에 두려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최 판사는 “1급 시각장애인이 법관이 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 우려했고 나도 걱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법원의 지원 덕에 업무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최 판사가 속한 민사11부 정성태 부장판사는 “최 판사가 사건을 꼼꼼하게 처리해 든든하다”고 했다. 최 판사는 “과거 첫 여성 판사가 법원에 들어올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법원과 판사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며 훌륭하게 적응했다”며 “지금도 법원이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시각장애인을 법관으로 임명한 것을 넘어 시설까지 바꾸며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법원의 인식 변화란 설명이다. 최 판사는 “앞으로 시각장애인이 무거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냐는 국민의 우려도 바꾸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영 판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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