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시 ‘무형문화재 구하기’ 팔걷었다

  • 동아일보

인천지역에 있는 30종목의 무형문화재를 전승시킬 수 있는 ‘인천시 무형문화재 종합전수관’이 내년 11월경 완공된다. 사진은 무형문화재인 규방다례. 인천시 제공
인천지역에 있는 30종목의 무형문화재를 전승시킬 수 있는 ‘인천시 무형문화재 종합전수관’이 내년 11월경 완공된다. 사진은 무형문화재인 규방다례. 인천시 제공
인천지역에서 전통문화의 명맥을 잇고 있는 무형문화재들의 오랜 숙원이 풀렸다. 컨테이너박스 등 어려운 환경에서 전수활동을 벌이던 이들에게 상설 전시와 교육을 펼칠 수 있는 ‘인천시 무형문화재 종합전수관’이 마련된 것이다. 이 종합전수관은 9일 착공했고, 내년 11월경 문을 열 예정이다.

○ 인천 무형문화재 현주소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인 화각장 이재만 씨(60)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30m² 남짓한 작은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함, 침선구에 화려한 문양(쇠뿔 재료)을 새겨 넣는 전통공예 기술을 보유한 이 씨는 이 공방에서 작품 제작을 거의 하지 못하고 연락처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국가에서만 매달 약간의 지원금이 나오지만 제자 양성에 보탬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아들이 화각공예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것을 위안거리로 삼고 있다.

인천무형문화재 제10-가호 보유자인 능화 스님(52)은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의존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사찰 내에서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매년 6월 호국영령을 위해 바라춤(범패와 작법무)을 추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인 만신(여자 무당) 김금화 씨(79)는 인천 강화군 하점면 신봉리에 사재를 털어 굿 전수관 ‘금화당’을 지었다. 이곳에서 나라 굿을 하고 ‘굿 문화’를 보급하고 있다.

인천에는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6종목,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 24종목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변변한 공방이나 사무실조차 갖고 있지 못해 종합전수관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은율탈춤, 강화 용두레질 소리, 완초장 등 6종목을 제외한 24종목이 이 종합전수관에 들어올 예정이다. 인천시 무형문화재총연합회 이귀례 회장(83·인천무형문화재 제11호 보유자)은 “몇몇 사람을 제외한 무형문화재들이 무척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 종합전수관 어떻게 운영되나

인천 남구 문학동 8710m² 터에 지어질 인천시 무형문화재 종합전수관은 무형문화재 중 예능장과 기능장이 별도로 입주할 수 있도록 3개동으로 구성된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 총면적 6874m²인 종합전수관은 콘크리트 건물에 기와지붕을 덮는다. 각 무형문화재에 70m² 안팎의 공방을 제공해 상설전시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관람석 150석 규모의 대공연장이 전수관 내에 마련된다. 이곳에서 입주 무형문화재가 외국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치게 된다. 각 공방에서는 전시를 하고 관광객에게 작품 판매도 한다.

전수관과 별도로 주차장 건너편의 산림 속에는 관람석 200석의 놀이마당(야외공연장)과 한옥 전통문화체험관(130m²)을 짓는다. 놀이마당에서도 다양한 전통공연을 수시로 펼치고, 체험관에서는 전통공예와 예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1, 2년간 시비 지원을 통해 전수관을 직영한 뒤 인천시 무형문화재총연합회 등에 운영권을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계와 운영 방식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종합전수관 형태가 공방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너무 획일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무형문화재는 “공방은 탁 트인 야외를 주무대로 1층에 자리 잡아야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며 “현재 설계처럼 밀폐된 공간에 몰아넣으면 로봇처럼 우습게 비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무형문화재는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건물과 운영을 요청했으나 재정난 때문에 모두 묵살됐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무형문화재#종합전수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