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 잡아 학교 납품’ 학생 1명당 30만원씩 배상 판결

  • 동아일보

■ 법원, 업자 2명에게 “1억740만원 지급하라”

본보 2011년 5월 16일자 A16면.
본보 2011년 5월 16일자 A16면.
병든 소를 불법으로 도축해 학교 급식용 재료로 납품한 도축업자에게 해당 쇠고기를 급식으로 먹은 학생 1인당 3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불량식품 섭취에 따른 정신적 피해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본보 2011년 5월 16일자 A16면 참조 병든 소 밀도살해 학교-음식점에 납품

청주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정희)는 9일 충북도내 학생 358명이 문제의 쇠고기를 공급한 김모 씨(59)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인당 30만 원씩 총 1억74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병든 한우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고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이 인정돼 이같이 판결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들이 브루셀라병 등의 감염이 의심되는 소를 도축해 공급했다는 점, 미성년자인 원고들이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살림 청주생협, 충북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병든 소 불법도축 학교급식 납품사건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3일 불법 도축업자 김 씨 등을 상대로 공익소송단 358명을 모집해 1인당 200만 원씩 7억1600만 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청주지법에 냈다. 소송에는 충북도내 초중고교 및 유치원 105곳의 학생 358명이 부모를 법정대리인으로 해 참여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불법 도축된 소가 부도덕한 유통업체를 통해 100여 학교에 급식으로 납품돼 충북도민을 분노케 했고, 아이들이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또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이 목적이 아니라 먹을거리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부도덕한 기업 및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공익소송을 냈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맡은 오세국 변호사는 이날 판결이 나온 후 “위자료 액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만큼 대책위 등과 협의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번 소송과 별개로 이들 불법 도축업자로부터 고기를 공급받아 해장국에 넣어 판 충북 청주시의 유명 해장국집 주인을 상대로 단골손님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도 1인당 1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해 9월 7일 충북참여연대와 충북로컬푸드네트워크는 청주시의 N해장국집을 상대로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한 고객 52명이 청주지법에 50만∼100만 원씩 총 3300만 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5회 이상 해장국을 먹은 14명은 100만 원씩, 5회 미만 이용자 38명은 50만 원씩 청구했다.

도축업자 김 씨 등 2명은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병든 소 등을 불법 도축해 30.1t을 학교급식과 음식점(해장국집) 등에 유통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돼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법원판결#불법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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