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잘생긴 청년 디자이너 그에게 숨겨진 비밀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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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서바이벌 프로 ‘깜짝스타’ 강성도 디자이너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시 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난 디자이너 강성도 씨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꿈과 청각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경제 기자 jk5873@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시 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난 디자이너 강성도 씨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꿈과 청각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경제 기자 jk5873@donga.com
그는 가끔 어머니와 누나들과 휴대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며 안부를 전한다고 말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래 알고 있던 그의 모습은 어쩌면 그의 말대로 편견에 불과했을까. 기자는 ‘청각장애를 딛고 일어선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러 간 지 30분도 채 안 돼 ‘꿈 많은 젊은 디자이너’가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나는 꿈 많은 디자이너다!”


서울시와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이 공동 주최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패션 디자이너 선발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프런코)’ 시즌4에서는 단연 화제를 모으며 깜짝 스타가 된 출연자가 한 명 있다. 모델 뺨치게 잘생긴 얼굴과 세련된 스타일 감각에 다른 도전자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까지 보여준 강성도 씨(28)다. 그를 만나기 위해 4월 27일 서울 중구 신당동 패션창작스튜디오를 찾았다.

미국 유명 패션스쿨 파슨스를 졸업한 디자이너 강 씨가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청각장애 때문이었다. 어수룩하게 한국말을 쓰는 그를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외국에 오래 살아서 그런가’라고 짐작했지만 그는 청각장애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게 철저하게 교육 받은 덕에 수화를 쓰지 않고도 거의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보청기를 끼면 실낱같은 소리가 들려와 말하는 이의 입 모양과 조합해 알아듣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대신 열 살 때부터 매일 5, 6시간씩 함께 발음 내는 연습을 했다.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결과 그는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전달할 수 있다. 덕분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목소리를 들었던 어머니와 누나들과는 전화로 대화할 수 있다.

“아버지는 발음이 너무 거칠어서 알아듣기 어려워요. 사실 아버지랑은 전화로 얘기를 많이 안 하기도 하고요.” 강 씨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동안 빗발치는 인터뷰를 모두 고사했다. 청각장애가 부각되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을 깨고 디자이너로서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프런코에 출연한 강 씨는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장애랑 연결되는 똑같은 질문만 했다”며 “장애인이기에 앞서 나는 꿈 많은 디자이너”라고 말했다.

○ 탈락은 탈락일 뿐, 출발선 앞에 서다


그는 애초 우승 후보로 손꼽혔지만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설 수 있는 상위 3명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다. 탈락 이후 최근까지 강 씨를 주인공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느라 개인 브랜드를 시작하기 위한 작업은 손도 못 댔다. 촬영을 마치자마자 강 씨는 서울시가 신진 디자이너 양성을 위해 설립한 패션창작스튜디오에 6기 디자이너로 입주를 신청했다.

강 씨는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녹여내 9월에는 자신의 브랜드 ‘anduette’를 선보일 계획이다. 자신의 영어이름인 ‘Andee’와 실루엣(silhouette)을 합친 뜻이다. 그는 존경하는 디자이너로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필로를 꼽으며 “‘나와 내 친구들이 사고 싶은 옷을 만든다’는 그녀의 패션철학처럼 나도 한국 여자들을 위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싶다”며 “10년 뒤에는 뉴욕과 한국에서 모두 사랑받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이 자리에 서게 도와준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걸 잊지 않았다.

“매일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어머니에게 빨리 보답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죠?”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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