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점심 사주며 190억원대 비상장 주식투자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3일 10시 47분


코멘트

'100조원대 중국 컴퓨터 합작사업' 등 투자 빙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노인들을 상대로 비상장 주식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로 업체 대표 이모(55) 씨를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퇴직자 등 노인 2496명을 상대로 "100조원 규모의 중국 컴퓨터 합작사업 등 7개 사업에 투자한 회사의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주식이 수천 배 오를 것"이라고 속여 주식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194억원 상당을 받아낸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194억원 중 129억원은 비상장 주식 약 785만주를 금융위원회에 신고 없이 불법 발행해 얻은 이익이다.

업체 대표 이씨는 투자금 중 3억원 상당을 유흥비 등에 사용해 횡령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06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두고 부산, 울산 등에 전국적 조직망을 구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듀얼 모니터 판매사업, 중국과의 100조원 규모 컴퓨터 합작사업, 70조원 규모 브라질 대륙횡단 철도사업, 12개 상장사 인수사업 등 7개 사업에 대한 사업설명회를 열고 설명회에 참석하는 노인들에게 점심값 3000원과 주식 1주를 주며 계속 출석하고 지인을 데려오도록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투자자 모집이나 컴퓨터 판매 실적에 따라 판매원-팀장-과장 등으로 승급을 시켜주고 수당을 지급하는 금융 피라미드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운 사업은 모두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났다.

듀얼 모니터 사업은 월평균 30만대 이상 생산한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타 업체에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으로 8개월간 총 428대만 생산됐다. 그나마도 현재는 생산이 중단됐다.

나머지 6개 대규모 사업은 모두 양해각서(MOU)나 협의단계로 접촉만 한 뒤 실제로는 잔금을 내지 않아 계약이 무산됐음에도 계속 투자금만 유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브라질 주정부 등 현지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어 사업설명회 자료등에 활용하면서 노인들을 현혹했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70% 이상은 컴퓨터나 주식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60~90대 고령의 노인이었다.

피해자들은 노후자금 등 투자금을 모두 날리고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이혼하는 등 부작용이 큰 상태다.

경찰은 "비상장 주식 사기와 다단계 금융 피라미드가 결합된 신종 불법 사금융 범죄"라며 "공범과 추가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