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 소명 다하겠다” 사퇴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9일 03시 00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선고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선고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후보자 매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는 곽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소란을 빚었다. 결국 회견장에 들어서지 못한 곽 교육감은 장소를 서울시교육청으로 옮겨 낮 12시경 입장을 표명했다.

○ 사전합의 계속 부인


곽 교육감은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선거 당시 내가 (후보 사퇴를 목적으로 돈을 준다는) 사전합의를 몰랐음을 인정했다. 선의로 돈을 제공했기 때문에 ‘사후 매수’라는 죄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부는 내가 돈을 전달하면서 대가 관계를 인식했다며 유죄라고 했다. 그러나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것은 인간적 정리에 의한 선의였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끝난 뒤 박 교수가 경제적 궁박과 사회적 상실감으로 위기에 처한 것을 모른 척할 수 없어 시민들에게 받은 후원금을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부조를 했다”고도 했다.

곽 교육감은 “돈을 제공하면서 걱정한 것은 사실이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스캔들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시선을 감수하면서 사람 살리는 길에 들어선 용감한 곽 교육감이야말로 우리 모두 아껴드려야 할 교육자”라고 말했다. 그는 “곽 교육감이 박 교수의 사정을 외면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선거법을 잘 지켰다고 했겠느냐. 선거판에서 금품수수는 곧 선거법 위반이라는 고정관념이 지배해 그 사이에 존재하는 미담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 사퇴 촉구 고조


곽 교육감은 “저의 진심을 이해해주시고 서울 교육의 희망을 견지해 달라”며 “제 일신의 자리가 아니라 교육의 자리를 지키겠다. 어렵지만 차근차근 뚜벅뚜벅 그 길을 가겠다. 교육감으로서 소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박재영 변호사도 “학생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학교생활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자퇴하는 게 마음 편할 수 있지만, 옳은 일이기에 누명을 벗을 때까지 노력하는 마음으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곽 교육감은 기자회견 전에 서울시와 ‘학생체육 및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왔다. 오후 2시에는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몰려와 “돈 주고 교육감 구입한 곽노현 즉각 사퇴하라”고 외쳤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은 시교육청 앞에서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한편 곽노현·서울혁신교육지키기 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와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는 같은 장소에서 “곽 교육감의 무죄를 확신한다. 서울교육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이 무너지면 진보교육체제가 무너진다는 생각 아래 곽 교육감이 사퇴 전까지 핵심교육 정책을 밀어붙여 주길 요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곽노현#교육감 사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