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선 17만원… 한국 오면 42만원… 최대 140% 껑충■ 소비자시민모임 16종 조사
해외 브랜드 유모차의 국내 판매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최대 120%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유통업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마진을 챙기는 데다 고가의 수입 유모차에 대한 우리나라 부모들의 선호가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수입 유모차 16종과 국산 유모차 9종의 올해 2월 국내외 판매가를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브랜드 잉글레시나의 트립 유모차는 국내 판매가가 42만5000원으로 조사 대상국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수입국 판매 최저가(네덜란드·19만2672원)보다 120.6% 비쌌다.
노르웨이 브랜드 스토케의 엑스플로리도 국내 판매가격은 189만 원으로 이 브랜드의 본사 소재지와 제조국을 제외한 최저 판매가인 이탈리아의 120만9945원과 68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최고가 브랜드 중 하나인 이탈리아 브랜드 캄의 풀사르 유모차는 국내 판매 가격이 198만 원으로 이탈리아 현지 가격 97만9000원의 2배 이상이었다.
네덜란드 브랜드 부가부의 비플러스, 퀴니의 버즈, 맥시코시의 엘리아는 네덜란드 현지가격이 51만8000∼82만9000원으로 차이가 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105만 원으로 같은 가격을 받고 있었다.
소시모는 “부가부, 퀴니, 맥시코시의 경우 이를 판매하는 보령메디앙스가 상대적으로 저가인 유모차도 비싼 가격을 받아 자신들의 수익을 늘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령메디앙스는 “소시모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를 냈다”고 반박했다. 보령메디앙스는 부가부는 자신들이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어서 제조사와 협의해 가격을 결정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퀴니와 맥시코시의 수입권은 ㈜와이케이비앤씨가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유통을 대행했을 뿐 가격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보령메디앙스의 설명이다.
복잡한 유통과정도 수입 유모차의 국내 판매가가 외국에 비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됐다. 소시모는 수입 유모차에 대해 수입업체가 30%, 공급업체(총판)가 15∼20%, 판매점(백화점)이 30∼35%의 마진을 챙기고 여기에 물류비(5∼7%), 애프터서비스 비용(10% 안팎), 판촉지원비(10% 안팎)가 더해져 소비자 판매가가 수입원가 대비 최대 3배 이상으로 뛴다고 밝혔다.
소시모 관계자는 “수입업체들이 ‘비싼 제품이 품질도 최고일 것’이라는 부모들의 막연한 믿음을 악용해 고가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비자 스스로가 합리적 구매선택을 통해 시장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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