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룸살롱 황제, 검사 등 법조계 인사에 골프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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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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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이경백 씨 수사한 경관 확인… 검경 갈등 새 불씨


《 경찰이 일명 ‘강남 룸살롱 황제’로 알려진 이경백 씨(40)를 2007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검사 등 법조계 인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한 정황을 파악하고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수사를 종결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서울 북창동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했던 이 씨가 경찰관과 검사, 국세청 직원들을 접대하며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해 단속을 피하고 탈세한 혐의를 조사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잡지 못한 채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
○ 경찰·법조계 뇌물 혐의는 못 밝혀


2007년 당시 이 씨에 대한 수사팀 일원이었던 A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씨가 경찰이나 법조계 인사들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이 씨를 미행했다”며 “이 씨가 충북 충주에 있는 탄금호 인근 골프장에 검사와 법원 직원들을 데려간 것을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A 씨는 “골프장 그린피 등을 누가 계산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수사는 이 씨가 “나는 성매매 업주가 아니어서 공무원들에게 로비할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그러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 3명이 이 씨의 술집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해당 경찰관들은 “지인의 전화를 받고 술집을 갔을 뿐인데 알고 보니 이 씨가 파놓은 함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일로 수사과정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일면서 팀은 해체됐고 수사도 흐지부지됐다.

3년 뒤인 2010년 이 씨가 서울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고용해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하고 42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수사의 불씨는 다시 살아났다. 이때도 이 씨를 호위하는 경찰과 법조계 인사가 많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검경은 이 인사들에 대한 뇌물 살포 정황은 찾아내지 못했다.

이후 이 씨는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도주했고 2011년 7월 붙잡혀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씨가 전·현직 경찰관 30여 명이 적힌 로비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리스트의 실체와 금품 전달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 조 청장 “비리 경찰 감싸지 않겠다”

검찰과 수사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경찰은 이 씨의 로비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뇌물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는데 검찰이 경찰 간부에 대한 로비 사실을 밝혀낼 경우 수사 능력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본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성매매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은 우리 조직에서 도려내야 할 암적인 존재인데 그런 직원을 검찰이 솎아준다면 우리 조직에 이익”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의 발언은 검찰이 뇌물 리스트 등 이 씨에 대한 수사 내용을 ‘경찰 흠집내기용’으로 활용할 것에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부패 경찰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경찰 조직 전체를 보호하는 동시에 나경원 전 의원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 청탁 문제에 연루된 박은정 검사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검찰과 동등한 위치에서 수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검찰 “경찰 자극할라” 신중 수사

검찰도 경찰의 이 같은 태도를 의식한 듯 수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아직 내사 단계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태도다. 이번 수사가 자칫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다툼의 연장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서울구치소 접견기록을 확보해 이 씨를 면회한 경찰관들과 이 씨의 관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씨가 복역 중인 서울구치소 독방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이 씨의 자택에서 압수수색한 자료를 통해 이 씨가 작성했다는 로비 리스트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이 씨를 불러 로비 리스트의 실체와 금품 전달 여부를 조사했지만 이 씨는 계속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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