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부터 병역 면제… 캡틴 박, 그걸 노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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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모나코서 얻은 10년 체류자 자격으로 37세까지 입영연기 허가받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박주영(27·아스널·사진)이 병역회피 논란에 휩싸였다.

박주영 측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병역연기가 가능해졌다. 당분간 해외 빅리그에서 자유롭게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주영 측은 2011년 8월 초 병무청에 ‘국외이주사유 국외여행기간 연장원’을 제출해 연장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해외에서 장기체류할 경우 37세까지 입영을 연기해주는 제도(사실상 병역면제)를 이용한 것이다. 38세부터는 입영 대상이 아니다. 박주영은 이미 지난해 37세까지 입영연기 허가를 받았기에 병역면제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영주권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5년 이상의 장기체류 자격을 얻고 그 국가에서 1년 이상 거주할 경우 이 혜택을 받고 있다.

국내 프로축구 FC 서울 소속이던 박주영은 2008년 9월 AS 모나코에 입단하며 모나코로부터 10년간 장기체류 자격을 얻었다. 모나코에서 장기체류 자격이 없어질 경우 다른 나라에서 똑같은 자격을 획득하면 병역연기는 또다시 가능하다.

병무청 대변인은 “쉽게 말하면 해외로 이민을 갔으니 병역을 연기해 달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 대신 반드시 해외에 거주해야 하는데 1년에 6개월 이상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또 국내에서는 영리활동을 할 수 없기에 국내 프로팀 선수로도 뛸 수 없다.

그런데 조기 귀국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35세 이전에 귀국하면 현역으로, 36∼37세에 귀국하면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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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측은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덧붙였지만 막연한 ‘면피성 멘트’에 불과하다.

논란이 이는 것은 그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은 스타이면서도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회피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선수가 국군체육부대나 경찰청 등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박주영은 국군체육부대 입단(27세까지)과 경찰청 입단(30세까지)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병역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외면한 채 병역법의 빈틈을 교묘히 이용했기에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해외진출 선수들이 이 같은 제도를 이용해 병역의무를 회피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해외로 이민 가는 게 잘못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으나 “북한과 마주한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의 사랑을 바탕으로 성장한 스타로서의 올바른 처신”이라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박주영은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따면 4주간의 군사훈련으로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컨디션 난조를 감안할 때 올림픽팀 합류는 불투명하다.

박주영은 지난해 8월 아스널로 이적할 때 병역문제가 걸림돌이 되자 이 제도를 이용했다. 당시에는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아스널에서 극도로 부진한 탓에 또다시 다른 팀으로 이적할 상황이 생기자 다른 팀들이 자신을 흔쾌히 받아줄 수 있도록 병역문제가 해결됐음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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