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핵물질 불법거래’ 우리 첨단기술로 잡는다

  • 동아일보

2012년 ○월 ○○일 테러리스트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테러를 하기 위해 서울 도심에 핵물질을 은닉시켰다는 첩보가 정보기관에 입수됐다. 당국은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면서 핵물질 소재까지 확인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 하지만 눈에 띄는 장비를 동원해 핵물질 탐지에 나설 경우 테러리스트들이 눈치 채고 핵물질을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 시민의 불안감을 확산시켜 2차 안전사고까지 일으킬 위험까지 있다.

당국은 자체 개발한 ‘휴대용 방사능테러 탐지 장비’를 활용해 핵 물질을 찾아낸다. 이 장비는 겉보기에는 일반 가방과 차이가 없어 주변의 주목을 받지 않고도 핵물질을 쉽게 탐지하고 측정된 데이터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휴대용 기기로 바로 관계기관에 송신된다.

가상이지만 이런 핵 안보 위협 상황에 대해 한국은 어느 정도의 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핵 비확산 전문기관인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유호식 핵안보 기획실장은 15일 “한국은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적어도 핵 안보 기술과 장비 면에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가장 앞선 수준이라고 자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원이 2년여 동안의 연구 끝에 최근 개발에 성공한 ‘핵물질 전용 처리 시스템(ITIPS)’은 불법 거래되는 핵물질 정보를 접수해 스마트폰으로 관련 기관에 실시간 전송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 같은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팩스나 e메일로 정보를 접수하는 실정이다. 기술원 측은 이번에 이 같은 시스템의 구축을 IAEA에 제안할 계획이다.

‘핵물질 운반위치추적시스템’은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핵물질(핵연료 재료)의 안전한 국내 이송을 위해 쓰인다. 이 시스템은 국내 항만이나 공항으로 반입된 핵물질이 대전의 한전원전연료나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핵연료 공장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실시간 밀착 추적한다.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곧바로 인근 경찰서에 비상 연락이 취해진다.

기술원은 이 밖에도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핵물질 비상 상황 훈련 장비인 ‘3D 시뮬레이션’과 전자태그(RFID)를 활용한 원자력시설 출입 안전을 확보하는 ‘지능형 출입통제 시스템’ 등의 핵안보 기술과 장비를 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심포지엄 등에서 소개한다. 2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코엑스몰에서 일반인을 위한 시연회를 연다.

기술원은 이번 시연회가 핵 안보 기술 및 장비가 중동 지역 등 다른 나라에 수출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장상구 원장은 “이번 시연회는 핵 안보 기술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