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직원 “성폭행 왜곡” 진술에 ‘거짓말!’… 그들은 손짓으로 울부짖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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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재수사 첫 공판 농아인 방청객들 분노

13일 오전 10시 4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제2형사부 이상현 재판장이 “수화 통역이 되는 거죠?”라고 물었다. 그 순간 김용목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 상임대표(목사)가 방청석에 앉은 농아인 15명을 위해 통역을 시작했다. 이 재판은 2007년 1월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형사재판이 끝난 이후 영화 ‘도가니’ 상영으로 재수사가 시작돼 6년 만에 처음 이뤄진 공판이었다.

정현 광주지검 공판검사는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인화학교 행정실장 김모 씨(64)에 대한 공소사실을 열거했다. 김 씨는 2005년 4월경 광주 인화학교 행정실에서 농아학생 A 양(당시 18세)의 손목을 묶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범행 현장을 목격한 농아학생 B 군(당시 17세)을 음료수 병으로 때리며 “성폭행 사실을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어 피고인 김 씨는 “인화학교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2007년 인화학교 성폭력사건으로 마지막 재판을 받았던 피의자이며 경찰 재수사로 유일하게 구속된 인물이다. 하지만 김 씨는 “행정실 성폭행 의혹 사건은 2006년 경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진실이 왜곡됐다”면서 “구속되면서 가정이 파탄 났다. 정말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 순간 방청석에 있던 농아인 서모 씨(47)는 수화로 “말도 안 된다. 여전히 거짓말을 한다”며 소리 없는 분노를 표시했다. 일부 농아인들은 김 씨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변론을 할 때 “욱” 하는 메마른 분노를 외쳤다. 재판이 끝난 뒤 농아인 조모 씨(49)는 수화로 “행정실 성폭행 사건 이후 김 씨가 ‘내가 죽을죄를 지었고 나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는데 또 거짓말을 한다”며 울부짖었다.

검찰은 “A 양 등이 김 씨 앞에서 진술하는 것을 무서워한다”며 다음 공판일인 4월 3일 오후 2시에는 진술녹화 동영상 상영이나 별도 심문을 요청해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인화학교 법인인 우석이 아직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을 지지했던 교사, 교직원 20명이 우석을 상대로 2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도가니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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