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해외 빼돌린 혐의’ 하이마트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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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 중수부, 선종구 회장 자택-본사 등 5, 6곳 수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65) 일가가 해외로 1000억 원대의 회삿돈과 개인 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선 회장을 형사 입건하고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5일 오후 3시 반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와 신사동 HM투어 등 하이마트 계열사 및 선 회장 자택 등 5, 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중수부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대기시킨 상태에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직후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압수수색은 26일 0시까지 8시간 반 동안 계속됐다. 또 26일에도 선 회장의 딸이 대주주로 있는 광고회사 C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재무관련 서류 등 수십 상자에 이르는 압수물을 가져와 분석하고 있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의 해외 지점과 유럽의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등을 통해 1000억 원이 넘는 회사 공금과 개인 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과 국세청으로부터 선 회장 일가의 비리 첩보를 입수한 뒤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국부 유출이나 그로 인한 탈세는 국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범죄여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수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선 회장 일가의 개인 비리일 뿐 하이마트의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이나 한때 하이마트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던 옛 대우그룹과의 관련성은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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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선 회장이 빼돌린 돈이 국내로 다시 들어와 선 회장 자녀의 하이마트 지분을 늘리거나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마트 계열 여행사인 HM투어 대표를 맡고 있는 선 회장의 아들 선현석 씨는 2010년 말 유진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하이마트 주식 100만 주(5.26%)를 매각하려 하자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에이비홀딩스를 통해 이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하이마트 주식이 주당 5만 원 선에 거래된 만큼 500억 원의 거금을 선 씨가 마련한 셈이다.

선 회장의 딸도 하이마트의 광고를 10여 년간 전담하고 있는 광고회사 C사의 지분 37.5%를 보유하고 있다. 선 회장은 최근 강원 춘천시에 세워진 E골프장에도 1000억 원대의 자산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이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두고도 의혹이 일고 잇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선 회장 등 대주주와 경영진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당분간 선 회장 일가의 국외 재산도피와 조세포탈 등 개인 비리에 수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지만 향후 자금 용처 추적과정에서 정관계 비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마트 임원으로는 전직 판사와 전 국세청 차장, 전 세무서장 등이 포진해 있어 하이마트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이런 다양한 인맥이 힘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이마트는 국내 전자제품 유통시장 점유율이 25%로 독보적인 1위다. 2011년 9월 기준으로 전국에 301개의 영업점이 있다. 매출 규모는 3조4053억 원이다. 하이마트 측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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