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대표된 알바청년 “고생도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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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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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가장’ 서울대 이동섭씨
“가난해도 봉사하는 내 삶 만족”

제66회 서울대 학위수여식에 졸업생 대표로 서는 이동섭 씨. 이 씨는 “나보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학생도 많을 텐데 대표로 뽑혀 기분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이동섭 씨 제공
제66회 서울대 학위수여식에 졸업생 대표로 서는 이동섭 씨. 이 씨는 “나보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학생도 많을 텐데 대표로 뽑혀 기분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이동섭 씨 제공
24일 열리는 제66회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는 특별한 졸업생 대표가 인사말을 한다. 생활과학대 식품영양학과 08학번인 이동섭 씨(24)다. 서울대 관계자는 “그동안은 성적을 기준으로 했지만 지난해부터 성적보다는 역경을 이겨내고 졸업한 학생을 대표로 선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대학생활 내내 한꺼번에 아르바이트를 서너 개씩 했다. 과외를 하거나 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시간교사로 일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는 이 씨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신부전증을 앓아 하루에도 다섯 번씩 투석을 해야 한다. 어머니는 이 씨가 중학생일 때부터 허리디스크를 앓아 일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대학에 들어간 여동생도 있다.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하루에 쓸 밥값 버스비 등을 일일이 계산하며 돈을 아껴야 해서 힘들었어요. 그러다 적응도 되고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해진 것 같아요.”

이 씨는 바쁜 중에도 서울대가 운영하는 ‘새싹 멘토링’ 제도를 통해 꾸준히 봉사활동도 해왔다. 이 씨와 비슷한 형편의 중고교생 5, 6명을 모아 그룹 과외를 해주고 학교에서 활동비를 받는 활동이다. 이 씨는 “같은 시간에 일반 과외를 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올해 서울대 치의예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1학기 등록금은 대출로 해결했다는 이 씨는 “젊어서 고생하면 늙어서 편해진다고 늘 생각한다.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학교를 다니는 후배들이 ‘할 일이 많고 바쁘다는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남들과 비교만 하지 말고, 스스로 만족하는 대학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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