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서 벤젠 등 발암물질 첫 공식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산업안전硏, 국내 5곳 조사삼성 “기준치 이하의 극미량”… 백혈병 유발 논란 재점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에서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 연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 ‘발암물질’ 부산물로 생성

이번 조사는 3년간(2009∼2011년)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공장(가공라인 1곳), 온양공장(조립라인 2곳) △하이닉스 이천공장(가공라인 1곳, 조립라인 1곳), 청주공장(가공라인 1곳, 조립라인 1곳) △페어차일드코리아 부천공장(가공라인 2곳) 등 3개 회사의 5개 공장(9개 라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장 근로자의 호흡기 주변에서 시료를 채취·분석한 결과 삼성 기흥공장 가공라인 1곳을 제외한 4개 공장의 모든 라인에서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이 부산물로 검출됐다. 검출농도는 약 0.00038∼0.00990ppm으로 직업적 노출기준치(1ppm)보다는 낮았다.

또 다른 백혈병 유발인자인 포름알데히드도 삼성전자 기흥 및 온양공장, 하이닉스 이천 및 청주공장의 모든 라인에서 검출됐다. 자연환경보다 높은 수준인 최대 0.015ppm이 검출됐지만 노출허용기준(0.5ppm)을 넘진 않았다.

폐암 유발인자인 비소는 하이닉스 공장에서 노출기준(m3당 0.01mg)을 초과(m3당 0.001∼0.061mg)해 검출됐다. 또 다른 발암물질인 전리방사선은 5개 공장의 모든 라인에서 연간 최대 0.015밀리시버트(mSv)로 측정됐다. 다만 방사선작업 종사자 노출 한도(연간 50mSv)보다는 낮았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과 백혈병 사이에 관련이 있는 만큼 근로자의 보건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책기관 발표로 백혈병 논란 증폭

삼성전자 측은 “극미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자연환경 수준과 큰 차이가 없고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미국 보건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런사에 의뢰해 사업장 근무환경이 암 발병과는 무관하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사업장 환경을 글로벌 업계 최고 수준으로 관리해왔다”며 “관리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측은 “극미량이라도 발암물질에 계속 노출되면 위험하다”며 “그동안 삼성전자가 해온 주장을 뒤집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 인정문제를 놓고 유족과 근로복지공단 간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발암물질이 기준 이하로 나왔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2009년 이전에는 어느 정도의 양으로 노출됐는지 알 수 없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공현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외과 4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