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초등생 아들 공개수업 간 엄마…“이럴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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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초등학교 ‘여풍(女風) 현상’… 여학생들, 수행평가·서술형 평가 유리
남학생들,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학업 부진

일러스트레이션 최남진 기자 nam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최남진 기자 namjin@donga.com
《서울 관악구에 사는 어머니 신모 씨(41)는 아들(8·초1)이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아들이 매일 학교에서 4시간가량 앉아 있는 걸 힘들어하며 유치원 때와 비교해 눈에 띌 정도로 산만해져서 공부시키기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5월에 스마트폰을 사준 뒤 상황은 더 심해졌다. 아이가 매일 스마트폰 게임을 한 뒤로는 멍하게 앉아 있는 일이 늘었고 학습지를 풀 때도 집중하지 못했다. 신 씨는 걱정이 됐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모든 아이들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런 신 씨가 충격을 받은 건 학교 공개수업에 참관하면서였다.

아들은 수업시간에도 집에서처럼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집중하지 못했다. 신 씨는 “다른 남자아이 엄마들도 산만하거나 스마트폰 게임에 빠진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서 “새 학기에 수업에 잘 집중하고 발표도 적극적으로 잘하는 또래 여학생들에게 치여서 생활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이 학업성적과 교내외 각종 대회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며 남학생들을 압도하는 ‘여풍(女風) 현상’이 최근 더욱 심화되면서 남자 초등생을 둔 학부모와 지도교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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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여학생, 글쓰기와 말하기를 넘어 타자대회까지 점령!

초등 여풍 현상은 각종 교내외 대회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10월 결과가 발표된 전국단위 독서올림피아드대회에서 초1∼6학년 대상은 모두 여학생이 휩쓸었다. 이 대회에 참가한 1만1000여 명의 남녀 성비는 4 대 6으로 여학생이 약간 더 많은 수준이었지만, 정작 최고상 수상자는 여학생 일색이었던 것.

남학생 학부모들의 더 큰 고민은 언어적 능력이 뛰어난 여학생이 두각을 보이던 기존 글쓰기, 말하기 대회를 넘어 ‘남학생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여겨져 온 영역에까지 초등 여풍 현상이 번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서울 강동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한 달간의 준비기간을 준 뒤 지난해 11월 타자경진대회를 열었다. 5학년의 경우 여학생들은 처음에는 남학생보다 실력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점차 실력이 발전하더니 수상자 25명 중 16명이 여학생일 만큼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 학교 A 교사는 “성적도 전교 최상위권은 대부분 여학생, 하위권은 대부분 남학생 차지”라면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다 보니 학부모들은 남녀공학을 피해 남자 중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 초등 남학생 망치는 원흉, 스마트폰 게임


초등학교에서 여풍 현상이 최근 더욱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까. 적잖은 초등교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초등생 사이에 급격히 보급되면서 게임에 빠진 남학생이 많아진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여학생보다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남학생이 스마트폰 게임에 쉽게 빠지면서 독서나 공부를 하는 절대시간이 여학생에 비해 더욱 줄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학생들은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아이돌스타 이야기를 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초등학교 B 교사는 “학교 수업시간에 멍하게 있는 아이는 대부분 남학생이다. 이런 아이들은 전날 즐긴 게임의 잔상이 눈앞에 떠올라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게임을 하는 시간만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게임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학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서술형평가 확대…여학생, 수학마저 남학생을 앞지르다


최근 여학생에게 유리하게 바뀐 초등 교육과정도 여풍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최근 강화된 수행평가와 서술형평가는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고 꼼꼼한 기질을 가진 여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

특히 그동안 남학생들이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수학영역에서도 서술형 문항의 비중이 50%까지 확대되면서 점차 여학생들에게 유리해지고 있다. 수학 서술형 문항에서는 답이 나오는 논리적 과정을 언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평가기준인 까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내대회와 수행평가, 서술형 문항 평가에서 남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일도 생겼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실력으로만 교내대회 수상자를 결정하면 여학생만 계속 상을 받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도 남학생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상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는 남학생을 배려하는 데 동의하지만 여학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 서울 강남지역의 초등학교 C 교사는 “자신의 아이보다 잘하지 못한 남학생이 상을 받거나 더 좋은 점수를 받게 되면 여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항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초등 남학생 지도 3대 요소… 활동·경쟁·자신감 ▼
초등교사 3인의 초등 남학생 지도법

《초등학교는 자녀의 학습태도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 초등 여풍 현상 속에서 뒤처지는 남학생 자녀를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방치하면 나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각종 대회에 참가했음에도 매번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거나 공부습관을 바로잡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 남학생 자녀는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박미란 서울 관악초 교사(42), 박광선 서울 대치초 교사(36), 박은지 경기 안산시 초당초 교사(40)로부터 들은 초등 남학생 지도법을 Q&A형식으로 풀어본다.》

○ 박미란 서울 관악초 교사… 게임만 하는 아이, 몸을 움직이게 하자

박미란 서울 관악초 교사
박미란 서울 관악초 교사
Q. 아이가 산만하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

A. 남자아이는 활동적 기질이 강한데 이 부분이 해소하지 않으면 몸을 가만히 놔두지 못해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게임에 빠지는 남학생이 늘어나면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몸을 움직일 기회가 줄어들면서 학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자녀에게 “한 시간 게임을 했으니 이제 공부하자”는 식으로 바로 학습을 하도록 지도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공부하는 내내 오히려 산만한 모습만 보일 수 있다. 게임을 한 뒤에는 자녀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자.

놀이적 요소를 더한 학습법을 활용해도 좋다. 몸을 움직이면 게임이 끝난 뒤에도 게임 내용이 계속 떠오르는 잔상효과를 없애는데도 효과적이다. 아이와 함께 몸을 움직이며 놀아주려면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요즘 초등 교사 10명 중 8명이 여교사라서 학교에서도 남자아이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가정에서 아빠가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 박광선 서울 대치초 교사…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해 학업에 흥미 갖게 하자

박광선 서울 대치초 교사
박광선 서울 대치초 교사
Q.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적극적이지 않다.

A.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는 부모나 교사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지만 남자아이는 경쟁적인 상황에서 이기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남자아이의 언어적 능력이 여자아이보다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도 토론에서는 남자아이들이 열의를 갖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경쟁이나 게임의 형식을 활용한 학습법으로 남자아이들의 흥미와 집중을 유발해보자. 아이가 사회과목 조사학습으로 ‘우리 동네에 있는 시장의 종류’에 대해 조사한다고 하자. 이때 “엄마랑 게임을 해볼까? 나는 5개를 조사할 건데 우리 아들은 몇 개 알아볼 거니?”처럼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이때 시장을 몇 개 조사할 것인가는 아이가 스스로 정해야 한다. 엄마가 정해준 내용에 따라 진행되면 아이는 ‘엄마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경쟁심에 오히려 엄마의 ‘룰’에 따라 시작되는 게임을 피하고 싫어할 수도 있다.

○ 박은지 경기 안산시 초당초 교사… 발명·토론 대회에 참가시켜 자신감 심어주자

박은지 경기 안산시 초당초 교사
박은지 경기 안산시 초당초 교사
Q. 교내외 대회에서 여학생들과 경쟁해 상을 받기 어렵다.

A. 최근 비교과 활동이 강조되면서 많은 교내외 대회가 열리지만 대부분의 대회는 여학생들에게 유리한 글쓰기나 그림그리기 위주로 열린다.

환경을 주제로 한 대회가 열리면 환경 주제 글쓰기 대회, 환경 포스터 그리기 등이 진행되는 식이다. 이런 대회는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섬세하고 꼼꼼한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여학생들에게 유리하다.

대회가 많지는 않지만 남자아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공작대회, 발명대회를 눈여겨보았다가 남자아이들을 참가시켜 자신감을 심어주면 좋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경쟁을 하면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경향이 높으므로 이런 기질이 발휘될 수 있는 토론대회 등도 좋다.

저학년 때 자신감을 가진 아이는 고학년이 되면 점차 자신의 기질에 맞는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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