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식 부산시장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엊그제 ‘1일 교환근무’를 했다. 짧은 근무였지만 ‘김두관 부산시장’과 ‘허남식 경남도지사’는 현안에 대한 견해차를 보이기도 하고 서로의 어려운 점에 마음을 여는 자세도 보여 박수를 받았다.
두 사람의 만남을 보면서 김범일 대구시장과 허 부산시장이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 시장과 김 시장이 교환근무를 했다면 더욱 주목을 받았을지 모른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의 만남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남이 어려울수록 만남 그 자체가 더 의미있고 더 큰 결실을 낳을 수 있다. 지난해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부산과 대구가 극단적인 지역갈등을 빚었던 일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대구시장과 부산시장이 교환근무 방식으로 만나는 것은 서로 그다지 내키지 않을 수 있다. 이런저런 눈치도 봐야 할지 모른다. 새로 추진하는 신공항에 얽혀 있는 이해관계에다 지난해 응어리가 깊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과 대구가 올해 총선과 대선에 영남권 신공항 조성을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선거공약이라고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해 겪었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지역갈등이 심하면 정부나 정치권이 어느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렵다.
대구와 부산의 만남을 위해서는 대구시장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난해 대구세계육상대회 이후 대구는 ‘더 큰 대구’를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자신감을 토대로 좁은 틀을 벗어던지고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려면 ‘더 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이달 들어 “현장에서 답을 찾고 소통하자”며 뛰고 있다. 그 현장은 익숙한 대구뿐 아니라 부산도 포함되고 수도권도 포함돼야 ‘더 큰 대구’라는 비전도 비로소 가능하지 않겠는가. 부산과 대구의 최대 과제인 신공항이 올해 또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어떻게 선거공약으로 되든 더 중요한 것은 두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장이 마음을 열고 사소한 부분이라도 ‘공감’과 ‘이해’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신공항 문제가 극단적인 갈등 대신 축제 분위기에서 추진될 수도 있다.
동대구역에서 부산역까지는 고속철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이웃이다. 그런데도 지금 대구와 부산의 벽은 너무 높고 두껍다. 대구시장이 부산시청 직원들과 토론하고 자갈치시장에서 회를 먹는 모습이나 부산시장이 대구시청 직원들과 동성로를 걸으며 대화하는 모습은 ‘더 큰 영남’을 위한 ‘현장행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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