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춰선 원전… ‘전력 보릿고개’ 무사히 넘을까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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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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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가동중단… 올겨울 전력수급 비상

原電 멈춰 전력 비상인데… 반소매에 선풍기까지 12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날 서울 중구 명동의 커피전문점(왼쪽)과 생활용품 판매점(가운데)의 직원들이 매장온도를 높여놓고 반팔 차림으로 일하고 있었다. 명동 부근의 한 식당에서는 선풍기를 틀어놓은 모습도 포착됐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原電 멈춰 전력 비상인데… 반소매에 선풍기까지 12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날 서울 중구 명동의 커피전문점(왼쪽)과 생활용품 판매점(가운데)의 직원들이 매장온도를 높여놓고 반팔 차림으로 일하고 있었다. 명동 부근의 한 식당에서는 선풍기를 틀어놓은 모습도 포착됐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온도감시장치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된 월성 원전 1호기. 경주=사진공동취재단
온도감시장치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된 월성 원전 1호기. 경주=사진공동취재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올겨울 전력수급 관리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울진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고리 3호기에 이어 12일 월성 1호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전체 전력공급의 25%가량을 맡고 있는 원전이 한 달 새 세 차례나 잇따라 가동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겨울철은 전력 사용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여서 지난해 9월과 같은 블랙아웃(대규모 동시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돌연 멈춘 월성원전

한국수력원자력은 12일 “이날 오전 4시 24분에 설비용량 67만9000kW인 월성 1호 원전에서 원자로 냉각재 펌프 4대 중 1대의 베어링에 고(高)온도 신호가 들어오면서 가동이 멈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은 발전소의 안정이나 방사성물질 누출 우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원자로 냉각재 펌프는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순환시키는 장치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조사를 한 뒤 문제가 없으면 접촉부(단자)를 교환하는 등 정비를 마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발전을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월성원전은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중수로로, 가동이 일단 정지되면 독성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사고 시점부터 최소 40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발전 재개는 빨라야 13일 오후 늦게나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9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계획정비를 마치고 지난해 7월 다시 가동에 들어간 월성원전 1호기는 1983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 올해 11월 말 30년의 수명이 끝나기 때문에 재가동 여부를 심사 중이었다.

○ 긴급 대응으로 위기는 넘겨


서울의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져 전력 사용이 많아진 데다 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날 한때 예비전력률은 8%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았던 오전 11시∼낮 12시의 예비전력률은 8.9%, 예비전력은 641만 kW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국이 강제절전을 실시하고 있고 전력거래소가 자원수요관리시장을 급히 열어 예비전력이 400만 kW 이하까지 떨어지는 비상 상황에는 이르지 않았다. 전력거래소 수요관리시장에는 이날 59개 업체가 입찰하면서 최대 110만 kW의 전력을 감축했다. 또 정부의 절전 대책에 부응해 KCC 등 500개 업체가 피크시간대에 20% 이상 절전하면서 매일 300만 kW의 전력을 줄이고 있는 것도 위기를 넘기는 데 주효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GS칼텍스 등 비상발전기 보유 업체들은 비상발전기의 가동을 확대하고 주물업체들은 순번 휴무에 나서는 방식으로 절전하고 있어 500만 kW 이상의 안정적인 예비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불안감은 여전


정부가 긴급 대응에 들어가면서 비상사태는 넘겼지만 올겨울 들어 벌써 세 차례나 원전 중단 사고가 발생하자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 원전 가운데 발전을 멈춘 곳은 월성 1호기 외에 지난해 9월 계획예방정비를 하다 심각한 설비 이상이 발견된 울진 4호기(설비용량 100만 kW), 2일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신고리 1호기(100만 kW) 등 모두 3기. 총 267만9000kW의 전력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원전의 설비용량은 올겨울 전력공급량에서 제외한 상태라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원전의 특성상 언제라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5년간 원전 고장 중단 건수를 보면 2007년에 1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2008년 7건, 2009년 6건, 2010년 2건이었다. 지난해에는 모두 일곱 차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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