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숨긴 아내 내놔라”… 처형 집에 사제폭탄 터뜨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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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총탄환서 화약 빼내 제조휘발유 뿌리고 불까지 질러

“아내를 내놓지 않으면 건물을 폭파시켜버리겠다.”

8일 오후 11시 56분 서울 성북구 보문동 한 다가구주택 앞에 사제폭탄 6개를 든 남성이 나타났다. 별거 중인 아내를 만나겠다며 처형 집까지 찾아온 박모 씨(43·전기기술자)였다. 광주에 사는 박 씨는 수년 전 가정폭력을 피해 자녀 4명을 데리고 집을 나간 아내가 최근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곧장 상경했다.

아내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는 처형 이모 씨(45)의 말에 앙심을 품은 박 씨는 복수를 시작했다. 20cm 크기의 원통형 폭죽에 엽총 탄환에서 얻은 화약과 쇠구슬을 채워 사제폭탄을 만든 것. 폭탄 제조는 인터넷에 떠도는 사제폭탄 제조 동영상을 보고 따라했다. 공업고등학교 출신인 박 씨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폭탄을 들고 처형 집을 찾은 박 씨는 현관문 틈으로 휘발유를 흘려 불을 지르고 폭탄 2개를 터뜨렸다. 폭발 여파로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복도에 불이 붙었지만 다행히 이 씨와 일가족 4명은 불이 진화될 때까지 문을 잠그고 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당시 박 씨의 아내는 집 안에 없었다. 박 씨는 불을 지른 뒤 건물 옥상으로 도망쳤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폭발물 제조·사용 및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박 씨에게 탄환을 판 사람도 형사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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