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기장郡 희한한 ‘시위 요지경’

  • 동아일보

오규석 기장군수가 9일 부산시청 앞에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위), 한국전력 경인건설단 소속 직원 70여 명이 9일 기장군청 앞에서 송전선로 건설을 빨리 허가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한전 경인건설단 제공
오규석 기장군수가 9일 부산시청 앞에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위), 한국전력 경인건설단 소속 직원 70여 명이 9일 기장군청 앞에서 송전선로 건설을 빨리 허가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한전 경인건설단 제공
부산시에서 유일한 군(郡)인 기장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군수가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전력 직원들은 기장군청 앞에서 시위에 돌입했다.

○ 이례적인 군수 1인 시위

오규석 기장군수는 9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부산시청 정문광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기장군을 ‘무더기 골프장단지’로 만드는 부산시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시는 지난해 11월 기장읍 만화리 일대 38만5757m²(약 11만6000평)에 9홀 규모의 대중(퍼블릭) 골프장을 건립하겠다는 동원종합건설의 계획을 통과시켰다. 오 군수는 이에 항의하며 지역민들로 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날 1인 시위를 시작한 것.

3월에는 시가 일광면 용천리 일대 114만1480m²(약 34만5000평)에 신규 골프장 건설을 심의할 계획이라는 게 오 군수의 주장이다. 이곳 인근에는 부산종합영화촬영소와 자연휴양림이 조성될 계획이어서 골프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

기장군은 지난해 6월 시가 추진하고 있는 동부산관광단지 운동휴양지구 골프장 부대시설에 대해서도 사업계획 승인을 반려했다가 시 행정심판위원회가 같은 해 8월 직권으로 사업을 승인하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오 군수는 “주민 생존과 생활환경보다 더 큰 가치와 이익은 없다”며 “골프장사업 철회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법원 판결 이행하라.”

한국전력 경인건설단 기장사무소를 비롯한 한전 직원 70여 명은 9일 기장군청 앞에서 “송전선로 건설을 빨리 허가하라”며 집회를 벌였다. 5일부터 시작한 집회는 이달 말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공기업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집회를 벌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기장군이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송전선로 건설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게 시위를 벌이는 이유다.

한전은 2007년 12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하는 전력을 수송할 신고리원전∼경남 북부지역 765kv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아 국책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3월 기장군 임야 1만3900여 m²(약 4200평)를 철탑공사 건설자재 야적장과 진입로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기장군에 개발행위 허가신청을 했으나 군은 주민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한전은 기장군을 상대로 ‘개발행위 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주민 반대를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부산고법에서 열린 2심 재판부 역시 기장군 항소를 기각하고 한전 손을 들어줬다. 최규택 한전 기장사무소장은 “민원과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오 군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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