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류층 ‘웰빙 바람’… 잡곡밥에 생선 즐겨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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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연구원 ‘北 삶의 질’ 발간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상류층에서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잡곡 등을 많이 먹는 ‘웰빙식(食)’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류층 사이에서는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이 6일 발간한 연구총서 ‘북한주민의 삶의 질: 실태와 인식’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식생활 양극화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 등 6명은 탈북자 41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

제강소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탈북한 40대 여성은 “다섯 식구가 옥수수가루를 두세 숟가락 넣어서 죽을 끓여 먹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원산시 상업관리소 직원으로 일하다 탈북한 30대 여성은 “세 끼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사는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잡곡 식사를 한다. 좀 산다는 사람들은 육고기(육류)보다 생선을 주로 먹는다. 나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이처럼 대조적인 삶의 모습을 결정지은 것은 바로 ‘장사’였다”고 분석했다. 상업관리소 직원은 수산물을 팔아 돈을 벌지만 일반 노동자는 장사를 할 형편이 아니다 보니 ‘계층적 분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또 북한에서는 사교육을 법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상류층에서는 영어 수학 예능 등 모든 분야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한 탈북자는 “외화벌이로 돈을 번 사람들은 영어 공부에 월 100달러, 피아노는 월 50달러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북한 암시장에서 1달러는 약 3800원으로 북한 노동자 평균 월급(3000원)보다 큰 돈이다. 반면 노동당 고위 간부들은 자녀를 김일성대 등에 쉽게 입학시킬 수 있어서 굳이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함께 남한에서 명품을 선호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는 남한산 옷을 선호하고 있으며 화장품도 ‘가짜 남한상표’를 붙여서 팔 만큼 남한산이 인기가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노동단련대(강제노동수용소) 6개월이라는 처벌을 받지만 각 가정에는 CD를 녹화 재생하는 ‘녹화기’가 필수품이 돼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남한 드라마를 보면서 북한 주민들은 옷차림, 신발. 액세서리 등을 따라 하고 유행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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