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또… “학교측, 폭력 덮으려 성적비관 자살로 몰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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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울분’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해 28일 밤 자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광주 J중 2학년 A 군(14)의 빈소에 29일 같은 반 친구들이 찾아와 헌화하며 애도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해 28일 밤 자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광주 J중 2학년 A 군(14)의 빈소에 29일 같은 반 친구들이 찾아와 헌화하며 애도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들 입으라고 ‘노스페이스’ 점퍼 사놓았는데 결국 입어 보지도 못하고….”

28일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광주 J중 2학년 A 군(14)의 아버지(45)는 울분에 겨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목 놓아 운 탓에 목은 잠겨 있었다.

A 군 아버지는 29일 영안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나는 전혀 몰랐다. (아들이 학교에서) 괴롭힘 당한 줄은…”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반 친구들이 30명 가까이 진실을 밝혀 주러 영안실을 찾아왔다. 아이들은 다른 반 B 군이 우리 애를 괴롭혔다고 했다. 샌드백처럼 때리고, 담배 구해 오라고 시키고, 가방 내던지고…”라고 아들이 당한 ‘학교 폭력’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B 군이 아들에게 돈을 모아 놓으라고 강요하고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도 자신이 일을 마칠 때 옆에 서 있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며 고개를 숙였다.

[채널A 영상] 집에도 들어오지 않더니 17층 계단서…

그는 “아들이 성적 때문에 죽은 게 아니다. 억울하다. 동글동글 귀여운 아이 얼굴을 보라. 오늘 축 늘어진 모습을 보고서 기절하고 말았다”고 애끓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A 군의 성격에 대해 “호탕하고 쿨하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에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덮으려고 한다”며 “성적 비관이라는데 말이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며칠 전 ‘기말고사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아들이 먼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또 ‘다음에 잘 보겠다’고도 했다. 그래서 나도 ‘힘내라’고 하고 그제는 삼겹살 사줬다. 그렇게 밝은 애가 왜 죽나”라고 반문했다.

얼마 전에는 아들이 교복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에 피가 난 채 귀가해 약을 발라준 적도 있었다. 그는 “왜 그랬냐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집 근처 공사장 벽돌에 부딪쳐서 찢어졌다고 말했는데 이것도 학교 폭력에 당한 게 아닌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담임교사한테 담배를 갖고 있다가 들켜 50분가량 꾸지람 들었단 이야기를 들었다”며 “친구들이 증언해주려고 (장례식장에) 왔는데 교사들이 말 못하게 눈치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내가 김모 교장에게 ‘돌아가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더니 교장이 교사들에게 ‘일어나지 말라’고 막기도 했다”고 전했다.

A 군 아버지와 같이 학생들도 “학교와 선생님들이 이 문제를 덮으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사들이 장례식장에 와서도 자신들에게 눈치를 주었다는 것. 결국 A 군 아버지가 “아이들이 교사가 있어서 말을 못한다”고 교사들에게 식장 밖으로 나가도록 요청해 교사들은 이날 오후 9시경 모두 돌아갔다. 일부 학생들은 “교사들이 각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애들을 장례식장에 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학교 측의 ‘사건 축소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학교가 예정인 30일보다 하루 빨리 방학을 시작한 데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학교 측에서 자살 사건을 축소하려고 방학까지 앞당겼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 A 군의 피해 사실을 증언하지 못하도록 손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측에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는 “아내가 오전에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단순한 성적 비관으로만 볼 뿐 적극적인 진실 규명 노력이 없었다”며 “죽은 지 하루가 지나서야 영안실에 찾아와 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대구 사건이 일어났을 때 뉴스를 보고 알았지만 남의 일인 줄 알았다”며 “애가 얼마나 힘들고 억울했으면 죽을 때도 주먹을 꽉 쥐고 죽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아들의 상처를 몰라주어 너무 미안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해당 학교 측은 “학교 폭력이 자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부모께서 가해 학생을 지목했으나 아직 단정할 수 없으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 은폐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광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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