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중학생 다니던 학교는 공황상태

  • 동아일보

가해학생 2명 이르면 오늘 영장

“지금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대구 D중 박모 교장은 2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짧은 통화에서 몇 번이나 “죄송하다”고 했다. 올해 3월 부임한 박 교장은 학생 지도를 잘못했다는 책임을 지고 23일 재단이사회를 통해 직위 해제됐다. 집에 머물고 있는 그는 “저도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박 교장은 “죄송합니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A 군이 급우의 폭력에 시달린 끝에 목숨을 끊어 큰 파문을 일으킨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해 학생과 가족은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가해 학생들은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경찰도 상담전문가들로 구성된 케어팀을 통해 가해 학생을 접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매우 당황스러워 하고 있어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 학생 2명이 A 군에게 물고문을 하자고 폭력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의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을 확인하는 등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해 이르면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후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마지막 피해자 조사를 받은 A 군의 부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가해학생들을 원칙대로 처벌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 군 부모는 이날 검은색 옷차림으로 경찰서를 찾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잠을 자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A 군의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떠난 이후 막내와 가족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다”며 “아직 가해학생을 용서할 마음이 생기지는 않지만 그런 마음이 생길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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